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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하종오 시인 / 공수래공수거의 가족사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27.

하종오 시인 / 공수래공수거의 가족사

 

 

  아들이 아잇적에 잘못한 일 있어

  내가 뺨을 때렸는데 기억하느냐고 물었더니

  아들은 고개를 젓는다

  내가 아잇적에 잘못한 일 있어

  아버지가 뺨을 때렸을 텐데 기억나지 않아

  나는 고개를 갸웃한다

 

  어린 내 볼을 보듬어주던

  아버지의 거친 손바닥에서 벗어나려고

  비비적거렸던 적은 있었다

  아버지인 내 손바닥은 어땠을까

  내가 볼을 감싸줄 적마다

  어린 아들은 가만있었다

 

  아버지가 저세상으로 떠나려고

  이불 속에서 내밀던 빈손을

  나는 마지막 잡아주지 못해놓고도

  이세상에서 서성거리면서

  아들에게 빈손을 내밀어 잡아주기를 원한다

  갓 태어난 아들의 빈손을 잡아준 후론

  늘 세상을 놓치기만 하던 내 빈손

  내가 갓 태어났을 때

  아버지가 빈손으로 잡아주었을 내 빈손

 

웹진 『시인광장』 2011년 3월호 발표

 

 


 

하종오 시인

1954년 경북 의성에서 출생. 1975년 《현대문학》에 시 〈허수아비의 꿈〉 등이 추천되어 등단. 시집으로 『쥐똥나무 울타리』,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사물의 운명』, 『꽃들은 우리를 봐서 핀다』, 『정』,  『깨끗한 그리움』,『님시편(詩篇)』, 『님』, 『님 시집』, 『무언가 찾아올 적엔』,  『반대쪽 천국』,  『지옥처럼 낯선』, 『국경 없는 공장』, 『아시아계 한국인들』, 『베드타운』, 『입국자들』, 『제국(諸國 또는 帝國) 』 등이 있음. 김명수, 김창완, 정호승, 이종욱, 김명인과 함께 반시(反詩) 同人으로 활동. 1983년 신동엽창작기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