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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남철 시인 / 고은 담론: 아는 척해온 자의 일생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27.

박남철 시인 / 고은 담론: 아는 척해온 자의 일생

ㅡ서산대사의 유언게에 대하여

 

 

  1

 

  1998년 어느 날,

  『중앙일보』의

  「시(詩)가 있는 아침」이란 칼럼,

 

  고은이란 '지은이'[作者/術者];

  서산대사의 유언게를 해석하여

  (자칭 그의 '제자'라는)

 

  황지우 식으로 일갈해대기를:

 

  八十年前渠是我,

  八十年後我是渠.

 

  '80년 전 옛적에는

  네가 나였고

  80년 후 오늘에는

  내가 너로다'

 

  하지만 정작, 애석하게도,

  서산대사의 유언게의 올바른 해석은:

 

  "80년 전에는 그가 나이더니,

  80년 후에는 내가 그로구나!"

 

  일 뿐이었던 것을!

 

  이는, (물어라!)

  요는, (모르면 묻는 법!)

 

  아무리,

  제아무리,

  의역을 해본다손 치더라도,

 

  3인칭 대명사 '그'일 뿐인

  '渠'가, 2인칭 대명사인 '너'로

  둔갑을 해버릴 수는 도저히 없었다는

 

  얘기인 셈일 뿐이라는 것!

 

  2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ㅡ고은, 「그 꽃」 전문.

 

 《보유》

 

  [시가 있는 아침] 서산대사 임종시

  [중앙일보] 입력 1998년 4월 25일

 

  80년 전 옛적에는

  네가 나였고

  80년 후 오늘에는

  내가 너로다

 

ㅡ서산대사 임종시

 

  서산대사(西山大師. 1520 ∼ 1604)는 여섯 살 때 모래로 탑을 쌓고 돌멩이로 절을 지었다 한다. 열 살에 부모를 잃었다 한다. 그 어린 고아가 시를 줄줄 지었다 한다. 한양으로 가서 사서삼경을 공부했다. 그러나 벼슬길을 버리고 산길을 갔다. 당대의 출격장부(出格丈夫)였다. 임진왜란에는 나라를 구했다. 나이 85세의 임종에도 실로 확 트인 시가 나왔다. 제자 사명과 처영이 곁에 있었다. 도무지 늙을 줄 모르는 정신의 청춘이 여기 있다.

 

ㅡ고은(시인)

 

[인용자 / 시인, 박남철 주]: 서산대사의 임종게('임종시')는 이와는 또 다른 게송이 있다. 그래서 나는 특별히 영정 뒤에 적었다는 이 게를 '유언게'라고 명명을 한 것이다. 서산대사가 임종을 할 때에는 그 곁에 사명과 처영은 있지도 않았었다. 그래서 나는 특별히 서산대사가 손수 영정 뒤에다 적은 영찬인ㅡ사명과 처영에게 각각 남긴 유언들과 함께ㅡ이 게를 '유언게'라고 명명을 하게 된 것이다. '고은'이란 '지은이', 즉 '환속 승려'는 소설을 참으로 잘 쓰는 '작자'라는 것이다. 글쎄, 그리하여 『한용운 평전』도 다 소설이요, 『화엄경』도 소설이요, 『만인보』까지도 다 소설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안타깝게도, 이 소설들은 그 모두가 다 단일의 화자들일 뿐인, '고은' 1인의 목소리들만 등장하는 『화엄경』이요, '고은' 1인의 목소리들만이 등장하는 『만인보』라는 것이다. 과히 길고도 긴 마스터베이션masturbation의 경전이요, 마스터베이터masturbator의 세월의 족보라 아니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2010.12.17.]

 

《참고 문헌》

김 현, "고은의 『만인보 1, 2, 3』(창비, 1986)은 [~] 자꾸 야담집 같아 보인다. 애석하다", 「1986. 12. 6.」, 『행복한 책 읽기』(문학과지성사, 1992), 제56면.

 

박남철, "서산대사의 '유언게'와도 자못 유사한 바가 있으며", 「정리 I」, 『제1분』(문학수첩, 2009), 제101면.ㅡ, "만보기 차고 다니며 가끔씩 엉덩이를 흔들기도 하는", 「석승 II」, 『제3분』(피디공책, 2010), 제18면.

 

웹진 『시인광장』 2011년 3월호 발표

 

 


 

박남철(朴南喆) 시인

1953년 경북 포항에서 출생.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同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79년 《문학과 지성》 겨울호에 시 〈연날리기〉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저서로는 시집으로 『지상의 인간』 (문학과지성사, 1984)와 『반시대적 고찰』(한겨레, 1988 / 세계사, 1999) , 『러시아집 패설』(청하, 1991)와『자본에 살어리랏다』(창작과비평사, 1997), 『바다 속의 흰머리뫼』 (문학과지성사, 2005), 『제1분』(문학수첩, 2009)과 시선집 『생명의 노래』(문학세계사, 1992) 와 박덕규와의 공동시집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청하, 1982)와 박남철 비평시집  『용의 모습으로』 (청하, 1990)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