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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해산 시인 / 때론 사랑하다 보면 외 4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6.

강해산 시인 / 때론 사랑하다 보면

 

 

때론 사랑하다 보면

문득

혼자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주위에 아무도 없고

쓸쓸하고

외롭다고 느낄 때가 있다.

사랑을 하면서도

사랑이 작다고 느낄 때가 있다.

 

사랑하기 전에는

아름답게만 보이던 사랑이

막상 사랑을 하게 되면

어느 순간인가 초라하게 보일는지 모른다.

아무것도 아닌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사랑은 항상 그럴수록

스스로 다짐하고

새로이 시작하는 게 아닐까?

그렇지 않음

세상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미

사랑의 종말을 맞아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느끼며

비참하게 살아가지 않을까?

 

사랑은 최선을 다해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자신을 위해

사랑하는 임을 위해

비록, 작아지는 사랑이라도

더욱더 사랑해서

서로 서로에게

가슴 가득한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해산 시인 / 마른 가지에 희망이 열렸다

 

 

싸늘한 바람이 휩쓸고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는 거릴 걸어본다.

얼어붙은 보도블록 사이에

볼품 없이 말라비틀어진 풀이

모로 누워 게슴츠레 눈을 흘긴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도로 건너 만두 파는 포장마차가

어서 건너오라 손짓을 한다.

그 순간 횅하게 지나가는 고급

배기관에서 쏟아내는 오물이 나를 덮친다.

제기랄 무슨 날벼락이 다 있을까?

툭툭 먼지 털어 내 듯 위에서 아래로

손바닥이 장단을 맞춰 춤을 춘다.

숙인 머릴 들다가 문득 하늘을 본다.

아니 하늘을 가로지르는 마른 가지를 본다.

그 가지에 희망이 주렁주렁 열렸다.

무심코 희망을 슬그머니 하나 따서

싸늘한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것을 손바닥 안으로 만지작거리며

잽싸게 웃음 지으며 집으로 달렸다.

 

 


 

 

강해산 시인 / 마음껏 사랑하고 싶어도 다 할 수 없는 사랑은

 

 

사랑을 마음껏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정말 행복한 삶일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사랑하지 못하는

슬픔은 아이러니 하게도

사랑이 깊어질수록 한층 더 짙어진다.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땐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꼈으나

점점 사랑을 하면 할수록

더 많은 것들을 바라며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충족되지 못함에

가슴을 쓸어 내리며 아파하게 된다.

 

마음껏 사랑하고 싶어도 다 할 수 없는 사랑은

결국, 자신을 스스로 잡아 묶어서

달아나고 싶어도 달아날 수 없는

슬프고도 기쁜 포로가 된다.

 

오, 탈출구 없는 사랑의 감옥이여!

서로 잡아 가둔 나와 그대여!

이미 지나간 세월은 고사하고

다가오는 수많은 시간 앞에 두려움을 느끼며

한숨을 쉬면서 행복하게 웃음 짓는다.

 

 


 

 

강해산 시인 / 바람 부는 날이면

 

 

산으로 가자!

추락하고 싶은 마음 같이

비탈에 선 나무 바라보러.

 

들판으로 가자!

자꾸 시들어 가는 마음 같이

드러누운 풀밭 바라보러.

 

강으로 가자!

되돌릴 수 없는 마음 같이

흐르는 강물 바라보러.

 

바다로 가자!

걷잡을 수 없는 마음 같이

일렁이는 물결 바라보러.

 

 


 

 

강해산 시인 / 바람 편에 부친 편지

 

 

바람은 어디서 생겨나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습니다.

바람은 빛깔도 향기도 없을 뿐

어떤 모습인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귓전을 스치는 소리와

손바닥으로 느낄 수 있는

부딪치는 감각만이 있을 뿐이지요.

그런 바람 편에 편지를 부칩니다.

보이지 않는 글씨로 쓴 긴 편지를 부칩니다.

그리움으로 얼룩진 편지지에

'사랑해요.'라는 깨알 같은 글씨로

빼곡히 가득 채운 뒤

어느 곳엔가 있을지 모를 당신에게

반드시 전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내 소중한 편지를 바람은

휘날리는 머리칼 사이로

당신의 작은 귓전을 맴돌다가

아름다운 눈시울을 스치겠지요.

그러면 고스란히 당신 마음속에

절절한 내 사랑의 사연들이 스며들며

두고두고 읽혀지겠지요.

바람 편에 부친 편지가 보고픈

당신에게 잘 도착 할 수 있게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바람 속을 마냥 걸어갑니다.

 

 


 

강해산 시인

본명 강영구. 경남 삼랑진읍 출생. 시인, 연극인, 극단 '장터' 창단 동인. 서정 동인. 제 3의 작가 회원. 주요 공연 작품 ; 딸들 자유 연애를 구가하다. 별. 피터팬. 시집 ; 첫사랑의 전기(1982). 나 그대의 따뜻한 품속에(1989). 부산 전자 판매인 연합 회장 역임(1990). 김해 창풍 백화점 제일가전(주) 대표이사 역임. 천성산 자연 농원 '해산장원' 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