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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태형 시인 / 신전(神殿)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6.

김태형 시인 / 신전(神殿)

 

 

  가만히 두 눈을 감으라 했다

  어둠 속으로 들어가 자리를 틀어 앉으라 했다

  길고 미끄러운 꼬리가 허리를 감아왔다

  한 마리 뱀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수풀 속에서 늑대가 한 마리

  고개를 내밀다 지나갔다

  밤이 되자 오래 굶주린 것들이 기어나왔다

  비린 살 냄새가 풍겨왔다

  두 눈을 뜨라 했다

  내처 삼켜버리고야 말았던 말들이

  검게 갈라진 혀끝이 바짝 타들어갔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6월호 발표

 

 


 

김태형 시인

1970년 서울에서 출생. 1992년 《현대시세계》 가을호에 7편의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로큰롤 헤븐』(민음사, 1995)과 『히말라야시다는 저의 괴로움과 마주한다』(문학동네, 2004)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