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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배영옥 시인 / 클라이밍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6.

배영옥 시인 / 클라이밍

 

 

  암벽에 달라붙은 사내를 본다

  자일에 매달린 사내를

  그림자가 받아내고 있다

 

  그림자는 사내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림자는 마음보다 늘 한발 앞서간다

 

  사내보다 먼저 손을 내밀고

  사내보다 먼저 흔들리고

  사내보다 먼저 늙어가는 그림자

 

  누구든 그림자를 마음대로 떼어낼 수 없다

 

  햇볕이 내리쬘수록 그림자는

  바위 속으로 조금 더 파고들어간다

 

  암벽 속 어둠이 점점 깊어진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6월호 발표

 

 


 

배영옥 시인

대구에서 출생.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졸업. 199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뭇별이 총총』(실천문학, 2011)이 있음. 현재 ‘천몽’  동인으로 활동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