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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일 시인 / 시곗바늘 속에 모래 찾기
내 잠속으로 쇄빙선을 타고 백년 삼백육십오일 이십사 시간 울퉁불퉁한 파도와 유빙을 뚫고 항해하다보면 엉치뼈가 모래가루가 될 때쯤 나오는 백사장에는, 전 세계로부터 지금까지 버려진 고장난 시계가 삼십일억오천삼백육십만여 개. 버려진 시계들은 썩어 모두 모래가 되었다. 나는 오래전 잃어버린 너를 이제 모래라 부르련다.
시곗바늘이 수초처럼 울창하고, 까만 목줄까지 맨 열두 마리 유기견들이 서로 뒤엉키며 사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그곳에는 메트로놈 같은 녹슨 시소 하나가 끽끽 조율되고 있을 뿐. 너는 시소 한쪽 끝에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벗은 신발 속에 모래를 채워 넣고 있다.
한번만이라도 번쩍 안아보고 싶어도 모래처럼 주르륵 떨어지던 너의 한줌 몸무게를 빌려, 시소는 빨래집게처럼 추억의 백사장을 집어놓고 있다. 바람 분다 백사장은 물결치며 펄럭거린다.
너의 한줌 몸이 서서히 공중으로 떠오른다. 시소의 반대편 끝에는, 모래투성이 해진 외투처럼 버려진 백사장 한 벌을 주워 걸친 노인, 어제 죽었고 잠시 후 또 죽을 예정인 노인이 앉아 있다. 그 노인이 말하길,
(아주 아주 먼 옛날, 내가 진짜 목숨 붙어있던 그 옛날에, 지구가 모래 한 알 만큼 작고, 모래 한 알이 지구만큼 커다랬을 때 그때는 사는 게 무서웠는데, 죽어서 이렇게 살다보니, 이제 죽는 게 무섭구나 사라지는 게 무섭구나 모래처럼 여기 이렇게 모여 살아지는 게 무섭구나 그것 참 이상하구나)
내 가슴속 백사장 버려진 시계의 묘지에는, 열 두 마리 그림자처럼 평생토록 유기되지 않는, 검은 개들이 둥글게 둥글게 뛰어다니고 있다. 개들마다 목줄처럼 매어진 시곗바늘이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덩달아 길길이 날뛰고 있다.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널 못 찾겠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6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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