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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황수아 시인 / 불가피한 직유와 상투적 결말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6.

황수아 시인 / 불가피한 직유와 상투적 결말

 

 

  키보드는 고장났다

  “한반도”를 “한번도”로 인식하고

  "한번도”를 “한번 더”라고 타전하는

  서른 살의 오류는 무엇인가

  힌트는 잉여 혹은 결핍이다

  내가 네 이름을 부를 때

  내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는 점이다

  네가 풍선껌을 씹을 때

  내 입술에서 풍선이 터지는 현상이다

  나의 밤과 너의 낮이 만나 요란한 체위를 선보이거나

  살결의 그림자를 애무할 때 비로소 네가 신음하는

  동침의 테크닉이다

 

  오류를 찾을 때

  거인증을 앓는 너의 손가락과 골다공증을 앓는 나의 발가락이

  합쳐진다

  나의 이면이 너를 분만했다는 문장과 너의 산통을 내가 입양했다는 문장은

  합쳐진 뒤 기형의 시가 되었다

 

  오류를 찾기엔 우리는 너무 지쳤고

  우리는 너무 발칙하여 오류를 찾고 있다

  코드값은 잉여 데이타는 결핍

  잉여도 결핍도 없는 바로 이 순간

  서른 살의 이력서에 암호를 쓴다

  “절망”

 

웹진 『시인광장』 2011년 6월호 발표

 

 


 

황수아 시인

1980년 서울에서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수료. 2008년 《문학수첩》에 〈통조림〉이 당선되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