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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성준 시인 / 덧니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7.

박성준 시인 / 덧니

 

 

  문을 잠그고 나면, 꼭 당겨본다.

  당겨지면서, 당겨지면서, 나는 시위

  나는 네게 시위를 한다.

  나일론실은 여기서 저기로, 길게

  또 짧게, 아니, 더 늘어져 있어

 

  문을 닫아건다.

 

  문은 열리지 않으려는 힘으로 나를 붙잡고

  나는 당겨지려는 힘으로, 내내 시시해져서, 더 시시하게

  문에게 안심을 준다.

 

  이름을 바꾼 애인의 어색한 이름을 발음해보면서

  입술이 얇은 애인의 입속에, 불을 켜두면서

  흔들리는 것들은, 저 흔들리는 것들은

 

  문은 모른다.

  흔들리는 것에 대하여

  이곳과 저곳은 종이컵 수화기

  말해도 서로 몰라줄 사태, 인기척은

 

  문의 심장처럼, 온다.

  똑. 똑. 똑똑하지 않은 나는, 문의 안쪽, 너는 안쪽

  생각해주면서, 안쪽에서만 시위를 턴다.

 

  라색수술로 애인의 바뀐 시력에 대해서 생각한다.

  차례, 차례 변심해가는 먼 내일에 대해서 생각한다.

 

  획, 되돌아서는 팔목을 잡아채고, 문처럼, 문을 등 뒤에 두고,

  너를 내 앞으로 둔다. 저기 밖으로 문을 닫아건다.

  너는 문을 닫는다는 사태. 이제

  나는 문, 너는 수수께끼, 답이 빤한 난센스

 

  서로 팽팽해져서는 서로 팽팽해진다.

  단순하게

  말도 없이, 말도 안 되게, 흔들린다. 흔들려본다.

 

  입속이라면 모를까. 컵 속이,

  인기척을 갖고 뛴다.

 

  문은 시위,

  문은 만일에 나, 나는 용서할 수 없는 너

 

  누군가는 누구가가 위해 서운해져서 답답하고

  문제는 풀리지 않아서 여전히 있고

  나는 바깥을 모의하면서 차분해져간다.

 

  누군가 날

  꼭 잊어주길 바랐다.

  포개어지면서, 포개어보면서

 

웹진 『시인광장』 2011년 6월호 발표

 

 


 

박성준 시인

1986년 서울에서 출생. 2009년 《문학과 사회》를 통해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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