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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양수덕 시인 / 맆 피쉬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7.

양수덕 시인 / 맆 피쉬

 

 

땡볕더위에 잎맥만 남은 이파리 하나

지하도 계단바닥에 누워 있던 청년은

양말까지 신고 노르스름한 병색이었다

젊음이 더 이상 수작 피우지 않아서 좋아? 싫어?

스스로 묻다가 무거운 짐 원없이 내려놓았다

맆 피쉬라는 물고기는 물 속 바위에 낙엽처럼 매달려 산다

콘크리트계단에 몸을 붙인 청년의

물살을 떨다 만 지느러미

뢴트겐에서 춤추던 가시, 가물가물

동전 몇 개 등록상표처럼 찍혀 있는 손바닥과

염주 감은 손목의

그림자만이 화끈거린다

채 풀지 못한 과제 놓아버린 손아귀

청년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세상의 푸른 이마였던 그의

꿈이 요새에 갇혀서

해저로 달리는 환상열차

잎사귀인지 물고기인지를 한 땀 바느질한

지하도계단으로 오르 내리는 이들이

다리 하나 하늘에 걸칠 때

 

200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시

 

 


 

양수덕 시인

성신여자사범대학 국문과 졸업. 200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으로 『너무 많은 입』(문학세계사, 2015)과 『가벼운 집』(시와미학, 2016), 『가벼운 집』(천년의시작, 2018), 『새, 블랙박스』(상상인, 2020)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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