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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시인 / 걸뱅이 -어느 잡부의 하루-
성님 사시가내 좀 줘유 사시가내가 머여 아, 거시기 착 꼬부라진 자(尺)
어이 박씨 삼육가와 몇 장 올려 스빠나 하구
시방두 일제의 잔재, 그 의식 속 해방은 멀었는가...
성님 시마이 하구 쏘주 한잔 합시다요.
김동원 시인 / 겨울 풍경
하늘이 내려앉은 눈밭에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
이웃집 염생이가 얼렁 삼키고
시침 뚝 능청을 부리더니
매에 매에 울적마다 하얀 연기가 폴 폴 폴
김동원 시인 / 고향 잃은 아이들
하교 길 조잘조잘 지나는 바람 속
얘 너, 어디에서 태어났니? 응, 나 우리 동네 산부인과, 넌?
미국 어디더라 엄마 말로는 원정 출산이라던데...
ㅋㅋㅋ 쟤는요 하늘 이래요, 웬 하늘?
울 엄마가 그라시는데요 제주도 비행기속에서 낳았다던데요
ㅎㅎㅎ 요즈음 욕조에서 난 용궁도 있다던데,
허기사 달에서 태어나면 고향은 외계인이 되겠지
김동원 시인 / 궁지 터
물오리 때로 자맥질하는 강 뚝 을 걷네.
직립으로 몸 부비며 나울대던 갈대밭 까만 재 바다 되어 새 손 맏이 봄 난장 섰는데
다문다문 둔치에 남겨둔 갈대밭으로
인기척에 놀라 화드득 날아든 까투리 눈에 언 듯 알겯는 소리, 소리
건들바람 가슴 베는 강가에서 히죽이 웃는 주천 아라리를 보았네.
김동원 시인 / 귀뚜라미
예야 섧게 울덜 마라 밤새워 떨지두 말구 작별이란 이미 네 사주 속에 있었던 거야
김동원 시인 / 나그네
당신이 떠나실제 두고 간 정 不眠(불면)의 기나긴 밤은
靑天(청천)에 뜬 별들에게 물어봐도 예나 늘 그 자리
저 건너 舍人岩(사인암) 물에 뜬 달에게 寄別(기별) 전해보건만
모르쇠 날러는 모르쇠 여울물 살래살래 고개 저으며 흘러갑니다
김동원 시인 / 봄 눈
거 누구요
사락 사락 치마 자락 끄는 귀엣 소리
潛心(잠심)한 호수에 던져진 돌팔매
자박 자박 겨울 떠난 빈자리에 봄 오는 소리
거 누구 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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