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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동원 시인 / 걸뱅이 외 6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10.

김동원 시인 / 걸뱅이

-어느 잡부의 하루-

 

 

성님

사시가내 좀 줘유

사시가내가 머여

아, 거시기

착 꼬부라진 자(尺)

 

어이 박씨

삼육가와 몇 장 올려

스빠나 하구

 

시방두

일제의 잔재,

그 의식 속

해방은 멀었는가...

 

성님

시마이 하구

쏘주 한잔 합시다요.

 

 


 

 

김동원 시인 / 겨울 풍경

 

 

하늘이 내려앉은

눈밭에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

 

이웃집 염생이가

얼렁 삼키고

 

시침 뚝

능청을 부리더니

 

매에

매에 울적마다

하얀 연기가

 

 


 

 

김동원 시인 / 고향 잃은 아이들

 

 

하교 길

조잘조잘 지나는 바람 속

 

너, 어디에서 태어났니?

응, 나

우리 동네 산부인과, 넌?

 

미국 어디더라

엄마 말로는

원정 출산이라던데...

 

ㅋㅋㅋ

쟤는요

하늘 이래요,

웬 하늘?

 

울 엄마가 그라시는데요

제주도 비행기속에서

낳았다던데요

 

ㅎㅎㅎ

요즈음

욕조에서 난

용궁도 있다던데,

 

허기사

달에서 태어나면

고향은 외계인이 되겠지

 

 


 

 

김동원 시인 / 궁지 터

 

 

물오리 때로 자맥질하는

강 뚝 을 걷네.

 

직립으로 몸 부비며

나울대던 갈대밭

까만 재 바다 되어

새 손 맏이 봄 난장 섰는데

 

다문다문 둔치에

남겨둔 갈대밭으로

 

인기척에 놀라

화드득 날아든 까투리 눈에

언 듯 알겯는 소리,

소리

 

건들바람 가슴 베는 강가에서

히죽이 웃는

주천 아라리를 보았네.

 

 


 

 

김동원 시인 / 귀뚜라미

 

 

예야

섧게 울덜 마라

밤새워 떨지두 말구

작별이란

이미

사주 속에

있었던 거야

 

 


 

 

김동원 시인 / 나그네

 

 

당신이 떠나실제

두고 간 정

不眠(불면)의 기나긴 밤은

 

靑天(청천)에 뜬

별들에게 물어봐도

예나 늘 그 자리

 

저 건너

舍人岩(사인암) 물에 뜬 달에게

寄別(기별) 전해보건만

 

모르쇠

날러는 모르쇠

여울물 살래살래

고개 저으며

흘러갑니다

 

 


 

 

김동원 시인 / 봄 눈

 

 

누구요

 

사락 사락

치마 자락 끄는

귀엣 소리

 

潛心(잠심)한 호수에

던져진 돌팔매

 

자박 자박

겨울 떠난 빈자리에

봄 오는 소리

 

누구 왔소

 

 


 

김동원 시인

1962년 경북 영덕 출생. 대구한의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4년 『문학세계』 ‘시 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1997년 1시집 『시가 걸리는 저녁 풍경』출간. 2002년 2시집 『구멍』 출간. 2004년 3시집 『처녀와 바다』 출간. 2007년 동시집 『우리 나라 연못 속 친구들』 출간. 2011년 시 에세이집 『시, 낭송의 옷을 입다』 출간. 2014년 평론집 『시에 미치다』 출간. 2015년 대구예술상 수상. 2016년 4시집 『깍지』 출간. 201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17년 운당 김용득 자서전 『동화요변』 출간. 2018년 동시집 『태양 셰프』 출간. 2018년 편저 『저녁의 詩』 출간. 2018년 대구문학상수상. 현재) 대구시인협회 부회장. 대구문인협회 시분과위원장, 한국시인협회원. 『텃밭시인학교』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