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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동원 시인 / 봄 장난 외 6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11.

김동원 시인 / 봄 장난

 

 

배꽃

눈부시게 날던 날

열여섯

초경 치른 누이

살품 서 솔솔 풍기듯

베라자근 한

꽃 내

향내

 

봄밤은 그리

넘쳐흘렀지

 

 


 

 

김동원 시인 / 청운 향토 마을에서

 

 

새벽 안개 자욱한

풍류산 골짝에

까마귀 우니

 

마음은 앞에서

바람을 가르고

 

애들이랑

어깨 무거운 아내 뒤

늘 빈손이 부끄러운

내 모습...

 

풍류산 :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도원리 앞산

 

 


 

 

김동원 시인 / 하지 무렵

 

 

정자나무 그늘

책을 보는 내 옆

넙죽 엎드려 뒹굴던 말자

꽤나 무료했던 게야

장난기가 동해

지나가는 벌을

덥석 물려고 하였것다

 

화들짝 놀란 벌

"괘씸한 놈 맛 좀 봐라"

 

콧잔등에 침을 팍

얼결에 기절 초풍을 한 말자 좀 봐

케갱 캥캥...

 

덩달아

책을 저 만큼 팽개치니

먼 일 났는가

길 가던 개미가

허리 잘쑥잘쑥 웃으며

빗겨 가는

한나절

 

 


 

 

김동원 시인 / 나그네의 노래

 

 

늘, 길보다

마음이 더 아득한

두고 간 情

 

아쉬운 기나긴 밤을

청천에 뜬 별을

밤새 헤아려 봐도

예나 늘 그 자리

 

개울건너

저 사인암,

이마에 걸린 달에게

기별전해 보건만

 

모르쇠

나는 모르쇠

달 여울 살래살래

고개 저으며

흘러내리네.

 

 


 

 

김동원 시인 / 널 사랑해

 

 

그 한마디

끝내 못한

바보 멍청이

 

쓰다가 받다가 다 닳아

허공을 떠도는

바람이어도 좋을,

 

언저리만 맴돌다

제풀에 쓰러지는

머저리,

빙신

 

 


 

 

김동원 시인 / 농자(農者)의 눈물

 

 

해 걸음에

빗소리 하도 정겨워

논길을 걸었습니다.

 

비 가림 챙기면 제 먼저알고

시늉할까 그냥 나서니

그새 비는 그치고

긴 가물에 들풀마저 고개 숙이니

지난해 세상 뜨신 울 엄니

지난 세월입니다

 

농심은 풀이 죽고

그나마

빈 논바닥 흙먼지

폴 폴 폴

명치끝이 아픕니다.

 

장대 끝 매달지 못한

농자천하지대본

밑구녕에

 

활 활 활

불 총을 놓습니다.

 

 


 

 

김동원 시인 / 니가 분 호드기 소리

 

 

명덕이랑 노마 청용이

골목쟁이 양지바른 울타리 옆에서

말 타기 할 때

살구낭구 뒤서 뛰어나온 곡담 인회

해방 놀 때 쥐어박고 싶드라 그쟈

 

청래가 은행낭구에서 떨어져

다 죽어 갈 때

마곡까지 뛰어가

축구 연습하던 형한테 기별하고

용래랑 방걸이 얻어먹은

아이스께끼 엄청 맛 나드라

 

쌍둥이와 언눔이

영희내 배서리 갔다가

학표 성냥만 안 켰으면

들켜 혼줄은 안 났을텐데,

답사리 밑 숨겨든 배

유용 아부지가 횡제 했었지

 

뒷집 지화랑 아부지

벤또 싸 메고

국사봉지나 수름산 다래 따러 가던 날

지천인 다래에 혼이 빠진 너,

메누리 삼고 싶구나.

그 말씀

얼굴 빨개지던 그리운 사람아

 

용희랑 복자 말숙이 춘옥이

윤옥이네 사랑방서 풍감 묻기 할 때

호롱불 끈거 청용인지 명덕인지

시방도 아리송한데,

옥녀가 불러준 동숙의 노래

반할만도 했었지

 

양래랑 명덕이

중전 도랑에서 고기 잡으러 갔다가

을마나 배가 고프던지

참 먹으려 밭머리 숨겨든 밥 방댕이째로

흠처 먹을 때 고느머 고추튀김

왜 그리도 맵던지

 

춘금이가 장춘체육관에서

복싱 시합할 때

지화랑 노마 언눔이

소리소리 지르니깐 옆 사람들

모두 비켜가데,

메달 목에 척 걸고 자장면 먹을 때

명덕이는 뻬갈로 위하여 했었제

 

범바우 가제서리

슴지바우 음달 부헝이

고느머 부형이

왜 그리 섧게도 울던지

 

집터거리 늙은 감나무

시방도

벌건 홍시 매달고

끄떡 끄떡

졸고 있겠지...

 

 


 

김동원 시인

1962년 경북 영덕 출생. 대구한의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4년 『문학세계』 ‘시 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1997년 1시집 『시가 걸리는 저녁 풍경』출간. 2002년 2시집 『구멍』 출간. 2004년 3시집 『처녀와 바다』 출간. 2007년 동시집 『우리 나라 연못 속 친구들』 출간. 2011년 시 에세이집 『시, 낭송의 옷을 입다』 출간. 2014년 평론집 『시에 미치다』 출간. 2015년 대구예술상 수상. 2016년 4시집 『깍지』 출간. 201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17년 운당 김용득 자서전 『동화요변』 출간. 2018년 동시집 『태양 셰프』 출간. 2018년 편저 『저녁의 詩』 출간. 2018년 대구문학상수상. 현재) 대구시인협회 부회장. 대구문인협회 시분과위원장, 한국시인협회원. 『텃밭시인학교』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