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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시인 / 봄 장난
배꽃 눈부시게 날던 날 열여섯 초경 치른 누이 살품 서 솔솔 풍기듯 베라자근 한 꽃 내 향내
봄밤은 그리 넘쳐흘렀지
김동원 시인 / 청운 향토 마을에서
새벽 안개 자욱한 풍류산 골짝에 까마귀 우니
마음은 앞에서 바람을 가르고
애들이랑 어깨 무거운 아내 뒤 늘 빈손이 부끄러운 내 모습...
풍류산 :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도원리 앞산
김동원 시인 / 하지 무렵
정자나무 그늘 책을 보는 내 옆 넙죽 엎드려 뒹굴던 말자 꽤나 무료했던 게야 장난기가 동해 지나가는 벌을 덥석 물려고 하였것다
화들짝 놀란 벌 "괘씸한 놈 맛 좀 봐라"
콧잔등에 침을 팍 얼결에 기절 초풍을 한 말자 좀 봐 케갱 캥캥...
덩달아 책을 저 만큼 팽개치니 먼 일 났는가 길 가던 개미가 허리 잘쑥잘쑥 웃으며 빗겨 가는 한나절
김동원 시인 / 나그네의 노래
늘, 길보다 마음이 더 아득한 두고 간 情
아쉬운 기나긴 밤을 청천에 뜬 별을 밤새 헤아려 봐도 예나 늘 그 자리
개울건너 저 사인암, 이마에 걸린 달에게 기별전해 보건만
모르쇠 나는 모르쇠 달 여울 살래살래 고개 저으며 흘러내리네.
김동원 시인 / 널 사랑해
그 한마디 끝내 못한 바보 멍청이
쓰다가 받다가 다 닳아 허공을 떠도는 바람이어도 좋을,
언저리만 맴돌다 제풀에 쓰러지는 머저리, 빙신
김동원 시인 / 농자(農者)의 눈물
해 걸음에 빗소리 하도 정겨워 논길을 걸었습니다.
비 가림 챙기면 제 먼저알고 시늉할까 그냥 나서니 그새 비는 그치고 긴 가물에 들풀마저 고개 숙이니 지난해 세상 뜨신 울 엄니 지난 세월입니다
농심은 풀이 죽고 그나마 빈 논바닥 흙먼지 폴 폴 폴 명치끝이 아픕니다.
장대 끝 매달지 못한 농자천하지대본 밑구녕에
활 활 활 불 총을 놓습니다.
김동원 시인 / 니가 분 호드기 소리
명덕이랑 노마 청용이 골목쟁이 양지바른 울타리 옆에서 말 타기 할 때 살구낭구 뒤서 뛰어나온 곡담 인회 해방 놀 때 쥐어박고 싶드라 그쟈
청래가 은행낭구에서 떨어져 다 죽어 갈 때 마곡까지 뛰어가 축구 연습하던 형한테 기별하고 용래랑 방걸이 얻어먹은 아이스께끼 엄청 맛 나드라
쌍둥이와 언눔이 영희내 배서리 갔다가 학표 성냥만 안 켰으면 들켜 혼줄은 안 났을텐데, 답사리 밑 숨겨든 배 유용 아부지가 횡제 했었지
뒷집 지화랑 아부지 벤또 싸 메고 국사봉지나 수름산 다래 따러 가던 날 지천인 다래에 혼이 빠진 너, 메누리 삼고 싶구나. 그 말씀 얼굴 빨개지던 그리운 사람아
용희랑 복자 말숙이 춘옥이 윤옥이네 사랑방서 풍감 묻기 할 때 호롱불 끈거 청용인지 명덕인지 시방도 아리송한데, 옥녀가 불러준 동숙의 노래 반할만도 했었지
양래랑 명덕이 중전 도랑에서 고기 잡으러 갔다가 을마나 배가 고프던지 참 먹으려 밭머리 숨겨든 밥 방댕이째로 흠처 먹을 때 고느머 고추튀김 왜 그리도 맵던지
춘금이가 장춘체육관에서 복싱 시합할 때 지화랑 노마 언눔이 소리소리 지르니깐 옆 사람들 모두 비켜가데, 메달 목에 척 걸고 자장면 먹을 때 명덕이는 뻬갈로 위하여 했었제
범바우 가제서리 슴지바우 음달 부헝이 고느머 부형이 왜 그리 섧게도 울던지
집터거리 늙은 감나무 시방도 벌건 홍시 매달고 끄떡 끄떡 졸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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