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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윤천 시인 / 팔랑, 흰 나비의 집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11.

정윤천 시인 / 팔랑, 흰 나비의 집

 

 

  뜨락의 회화나무는 백 살이 코앞이다

 

  우듬지 까칠한 노모와 여든 살 아들이

  제각각의 세월로 흘러 다니다가

  운 좋게 한 지붕 아래 어울렸다

  바라보거나 지나치는 눈결들이 살갑다

  이즈막 노모의 행실이 가을모기 마냥 성가셔 졌는데

  "엄니요. 벵원이서 그러믄 안된당께라."  

  어미의 표정이 순식간에 뜨악해진다

  "야가 미쳤다냐. 여기가 먼 벵원이라냐"

  그 소리에 놀라 무안해진 병원이 은근슬쩍 풀이 죽기도 하였는데

 

  더 이상 따질 일도 내칠 일도 사라진

  팔랑, 흰 나비의 집

 

  하필이면 병원처럼 생긴 하얀 복도 끝의 실랑이가

  삼등기관사가 몰고 가는 기차 칸 마냥 잠시 덜컹거리다 그쳤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7월호 발표

 

 


 

정윤천 시인

1960년 전남 화순에서 출생. 1991년 계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이름』, 『흰 길이 떠올랐다』, 『탱자 꽃에 비기어 대답하리』,『구석』, 『십만 년의 사랑』 등이 있음. 현재 계간 『시와 사람』 부 주간. 광주.전남 작가회의 이사 등으로 문단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