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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동원 시인 / 보름달 외 6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13.

김동원 시인 / 보름달

 

 

어허

저기 좀 봐

 

하얀 두레반에

반듯하게 차려놓은

메밀 적 좀 보게나

 

양념장 꼭꼭 찍어

농주한잔 곁들이면 어떠신가

이놈의

친구야!!

 

 


 

 

김동원 시인 / 부부(夫婦)

 

 

하늘이고

땅 이올시다

 

하늘은

그 넉넉한 빛으로

땅을 적시고

 

땅은

그로 하여 늘 큰 가슴으로

보듬어 가꾸나니

 

아!

그리하여

하늘과 땅은

태초에 하나여서

 

진정

사랑이 넘치는 부부는

강을 이루어 마르지 않고

바다로 흐르나니

 

 


 

 

김동원 시인 / 빈자의 노래1

-山門-

 

 

오뉴월

따간 햇살에

행여 찌든 내 영혼

바람에 헹구어

말려볼 요량으로

山門을 기웃 거렸더니

웬걸

산사 해묵은 목어

목욕재계부터 하고 오라며

그만

하산 하라

등을 치내

 

 


 

 

김동원 시인 / 빈자의 노래2

-명퇴 뒤-

 

 

뿌연 새벽길을

달리는 차 속,

아내는

어제 올린 매상을

여적,

꿈속에서

셈하기 골몰하였던지

 

곤한 잠결에

무심코 끙 끙

앓는 소리

 

나, 시방

목울대 아프도록

마른침 삼키며

꽉 잡은

핸들...

 

 


 

 

김동원 시인 / 빈자의 노래3

-식당 문을 닫으며-

 

 

꼭두새벽부터

동동걸음 치느라

끼니때도 잊고,

장독대 빈 옹가지에

땀 반 눈물 반

채우더니

 

아! 이젠

어둠만 잘박 잘박

맨발로 걸어 들어오는

자정,

외등은 꺼지고

 

퍼붓는 잠을

섬으로 진 아내는

아랫목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구나

 

 


 

 

김동원 시인 / 빈자의 노래4

-아내-

 

 

잠결에

아내의 끙끙 앓는 소리

놀라 깨니

발에 쥐가 난다고,

주물러 풀어 주는데

그 곱고

말랑말랑했던 홍시의 꿈,

어느새

삶의 무게에 짓눌려

소나무 껍질이 다 되었구나.

아!

시퍼렇게 날 세우던

내 야무진 꿈에도

이젠 쥐가 나는데......

 

 


 

 

김동원 시인 / 빈자의 노래5

-아버지-

 

 

별을 앞세우고

별을 등에 지고 사시던

울 아부지

 

밥술 놓기가 무섭게

들로 뛰시던

여름

가을

 

손톱이 다 닳도록

주저리,

주저리

흘린

 

풍년이 되려

작아지는

아!

울 아부지

 

 


 

김동원 시인

1962년 경북 영덕 출생. 대구한의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4년 『문학세계』 ‘시 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1997년 1시집 『시가 걸리는 저녁 풍경』출간. 2002년 2시집 『구멍』 출간. 2004년 3시집 『처녀와 바다』 출간. 2007년 동시집 『우리 나라 연못 속 친구들』 출간. 2011년 시 에세이집 『시, 낭송의 옷을 입다』 출간. 2014년 평론집 『시에 미치다』 출간. 2015년 대구예술상 수상. 2016년 4시집 『깍지』 출간. 201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17년 운당 김용득 자서전 『동화요변』 출간. 2018년 동시집 『태양 셰프』 출간. 2018년 편저 『저녁의 詩』 출간. 2018년 대구문학상수상. 현재) 대구시인협회 부회장. 대구문인협회 시분과위원장, 한국시인협회원. 『텃밭시인학교』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