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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시인 / 보름달
어허 저기 좀 봐
하얀 두레반에 반듯하게 차려놓은 메밀 적 좀 보게나
양념장 꼭꼭 찍어 농주한잔 곁들이면 어떠신가 이놈의 친구야!!
김동원 시인 / 부부(夫婦)
하늘이고 땅 이올시다
하늘은 그 넉넉한 빛으로 땅을 적시고
땅은 그로 하여 늘 큰 가슴으로 보듬어 가꾸나니
아! 그리하여 하늘과 땅은 태초에 하나여서
진정 사랑이 넘치는 부부는 강을 이루어 마르지 않고 바다로 흐르나니
김동원 시인 / 빈자의 노래1 -山門-
오뉴월 따간 햇살에 행여 찌든 내 영혼 바람에 헹구어 말려볼 요량으로 山門을 기웃 거렸더니 웬걸 산사 해묵은 목어 목욕재계부터 하고 오라며 그만 하산 하라 등을 치내
김동원 시인 / 빈자의 노래2 -명퇴 뒤-
뿌연 새벽길을 달리는 차 속, 아내는 어제 올린 매상을 여적, 꿈속에서 셈하기 골몰하였던지
곤한 잠결에 무심코 끙 끙 앓는 소리
나, 시방 목울대 아프도록 마른침 삼키며 꽉 잡은 핸들...
김동원 시인 / 빈자의 노래3 -식당 문을 닫으며-
꼭두새벽부터 동동걸음 치느라 끼니때도 잊고, 장독대 빈 옹가지에 땀 반 눈물 반 채우더니
아! 이젠 어둠만 잘박 잘박 맨발로 걸어 들어오는 자정, 외등은 꺼지고
퍼붓는 잠을 섬으로 진 아내는 아랫목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구나
김동원 시인 / 빈자의 노래4 -아내-
잠결에 아내의 끙끙 앓는 소리 놀라 깨니 발에 쥐가 난다고, 주물러 풀어 주는데 그 곱고 말랑말랑했던 홍시의 꿈, 어느새 삶의 무게에 짓눌려 소나무 껍질이 다 되었구나. 아! 시퍼렇게 날 세우던 내 야무진 꿈에도 이젠 쥐가 나는데......
김동원 시인 / 빈자의 노래5 -아버지-
별을 앞세우고 별을 등에 지고 사시던 울 아부지
밥술 놓기가 무섭게 들로 뛰시던 봄 여름 가을
손톱이 다 닳도록 주저리, 주저리 흘린 땀
풍년이 되려 작아지는 아! 울 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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