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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권민경 시인 / 공기놀이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13.

권민경 시인 / 공기놀이

 

 

  이백 년 삼백 년 날아가요 날다 지쳐 치아와 머리카락이 몽땅 빠지면 새것이 나요 평생 모은 머리카락으로 주머닐 만들어요 내가 짠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 제비들 빨리 늙고 싶어요 수많은 자손이 치아를 부딪치며 축하해요 모이주머니 속에서 헌 이가 달그락거리고 나는 자꾸 눈을 내리뜨고 치켜떠요

 

  갓 돋아난 발톱으로 춤을 춰요 머리를 길게 땋고 손가락 튀기며 나의 전통 무용을 만들어요 민속 음악을 만들어요 달그락거리는 소리엔 자신 있어요 씨실과 날실로 엮이는 잡담 무지개 같은 욕설 침을 뱉으면 아카펠라가 되죠 노파에게 춤을 권하고 손을 찰싹 맞아요 나는 아름다운 손놀림의 소유자예요

 

  손바닥 위로 지나다니는 사람들 새로운 마을이 솟아나요 기예단 마차가 찾아와요 공중제비 도는 허벅지를 봐요 손에 밀가루 칠하고 몸을 굴려요 닳고 닳아요 가랑이 사이 가득한 땀띠 분첩이 뒹굴어요 허벅지가 곤두박질치고 회오리가 마을을 휩쓸어요 지문이 쓸려가요

 

  멈출 줄 모르는 나는 손장난의 요정 오백 년 묵은 소녀가 된다면 내 엉덩이는 보드라울 거예요 굳은살은 입술에 물려줘요 젖가슴을 건 내기를 해요 움켜쥐면 날아가 버려요 이백 년 삼백 년을 지나 오래 묵은 소녀가 된다면

 

웹진 『시인광장』 2011년 7월호 발표

 

 


 

권민경 시인

1982년 서울에서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재학 중.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