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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진 시인 / 가지 못한 길
가지 못한 한 갈피 접었지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한 걸음 나아본다 깊은 명상 속에서 해후하고도 미련은 미련대로 아름다웠다 하자 생각마저도 야속한 죄가 된다면 또 다른 운명이라 다가오는 건 어쩌리
가고 싶은 한 길 못 갔지만 생각은 앞서 산 정상에 다다른다 오르막길을 가지 못한 나약한 이기심이 바닥을 기는 자괴감으로 사지의 힘을 나직나직 떨어뜨린다 지레 놓아버린 인연은 하늘로 흩어졌다 멀리, 갈망조차 할 수 없이 아주 멀리 그래서 그만 자리에 눕고 말았다
김윤진 시인 / 그대 사랑은
새벽 안개가 피어오르는 아파트 앞 저수지에선 정든 목소리 들리는 듯하고 울창한 저편 수목원에선 고운 모습 보일 듯한데 그대여, 어데 있는가
가을이 오니 저마다 마음 한 자락에 사랑과 낭만을 담고 세상을 바라봅니다
흰색이 단순한 흰색이 아니라 무지갯빛으로 어리비치던 날 곳곳이 그대였고 그대의 자리였습니다
행복을 봅니다 마음에서 만들어 내는 세상이 진정한 삶이고 사랑이나니 사랑은 항상 긍정적인 편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김윤진 시인 / 그대는 가슴에 저장된 파일입니다
눈의 거리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질 줄 알았습니다 일상 속에서 잊혀지면 영영 잊혀질 줄 알았습니다 가슴에 저장된 파일처럼 더는 담을 수 없이 가득 찬 커다란 파일이 그대인 것을
펄펄뛰는 조바심은 없지만 그대에게 중독 되어 가슴으로 머무른 영원한 초대 잊혀지면 잊혀지는 대로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적당히 희석된 열정은 마음이 식어서가 아니라 살아온 만큼의 넉넉함입니다
사랑이란 폴더 안에서 그대의 흔적을 회상해 보노라면 아직도 기억의 문고리는 지난날을 붙들고 있었기에 파일은 손상되지 않았음을 애써 잊으려 안한 까닭일까요 서둘러 보내지 않으렵니다 아아, 그대는 고스란히 가슴에 저장된 파일이었습니다
김윤진 시인 / 그래 보고 싶었다
잘 지냈구나 안정된 목소리가 평안함을 말해주는 너의 부드러움을 접하고야 비로소 나의 혼은 자유로웠다
한곳에 정신을 모으고 있을 땐 그곳에 모두 묶여 있지 낯설고 어두운 국도를 밤새 돌고 도는 듯한 막막함
소식 없는 너는 내게 그런 존재였다 온전히 자리했을 거라 여겼을 땐 이미 빗겨간 후였고
무엇도 아닐 거라 여겼을 땐 다시 돌아와 마음을 지키고 있는 참 무심한 친구였다
잘 있었구나 그리움이 혈관을 타고 흐를 땐 언 눈물이 되었지 그래 보고 싶었다
어떤 숫자로도 매길 수 없는 너의 참 의미를 느끼며 늘 곁에 남아 있기를 바랐다
김윤진 시인 / 그리움의 계절
온통 낙엽으로 한창인 늦가을 FM을 들으며 걷는 시간은 또 다른 하루의 명상이다 그리움은 절절한 상상을 쫓고 영혼은 어느 강가에서 흐르던 지난날과 포옹하고
저기 저만치서 어둠의 그림자 드리워질 준비를 한다 가슴 밑바닥부터 간절한 사랑을 움켜쥐고 눈물 어린 것들은 한 해의 바다에 실어가기를 빌어 본다 아, 그러나 떠오르는 순간 글썽거려지는 눈가 보듬고 가는 생은 얼마나 시린지
잠 못 이루는 밤이 길어지고 멍하니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하염없이 늘어지는 기억의 사슬들 그리움은 이내 자리를 비켜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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