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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동원 시인 / 콩 자 반 외 7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20.

김동원 시인 / 콩 자 반

 

 

울 엄니

보릿고개 넘을 때

엄지 발꾸락 돌부리 걷어 채이던

눈물의 세월이더라.

 

아이들은 모른다

엄니 가슴에 뻥 뚫린 빈 하늘

염생이 똥

염생이 똥

아주 공갈 염생이 똥

 

도시락 체 구겨진

내 어린 자존심

바깥이 궁금해 바스락대던

 

염생이 똥

염생이 똥

아주공갈 염생이 똥

 

 


 

 

김동원 시인 / 편견

 

 

놀이 타는 저녁 답

까욱 까욱

까마귀 머리 위를 날면

 

무심결에

해뜨는 쪽을 향해

코끝에 침 세 번 찍어 바르고

퇘 퇘 퇘

 

새들은 제 소리로 날건만

미련한 사람들은

재수가 있다, 없다.

생각의 차이일 뿐

 

아마 저 놈들도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

재수가 없다고

울며 나는지도 몰라

 

 


 

 

김동원 시인 / 편짜기

 

 

손등도 내거요

손바닥도 내꺼건만

 

진보가 아니라고

왼손을 자르리까

 

보수를 따른다고

오른손을 자르리까

 

왼손은 잡자하고

오른손은 놓라 하니

 

말없는 민초들은

수구세력들인가

 

벽을 향해 돌아앉은

민심은 천심이거늘...

 

 


 

 

김동원 시인 / 포도

 

 

내 누이

세상 밖에 또 다른

세상 있어 그러셨나,

배내 짓 하던 때가

엊그제인데

 

선 젖멍울이 아파

살품에서 살짝 꺼내 보시든

고,

찌찌

 

어쩌자고

다 챙긴 육신도 모자라

정마저 거두시드니

 

오늘,

저리도 음전한 젖꼭지를

내게 보내와

눈물나게 하시는 고

 

 


 

 

김동원 시인 / 피자

 

 

딩동댕

배달 왔어요

 

할머님 보시고

양놈 부침개냐고 묻고

 

아빠는

막걸리 안주하던

장떡 같다고 하시는데

 

빙긋이 웃고 있는

엄마의 속마음

난 몰라요

정말 몰라요

 

부침개 장떡 맛

알 수는 없지만

 

어른들은 아나요

쫀득한 요 맛을

 

 


 

 

김동원 시인 / 함박꽃

 

 

그대

환한 웃음을

뒤꼍

장독대에서 보았나.

 

고향 아줌마

그때 그

넉넉한 웃음

 

마냥

넘칠 줄도

모자라지도 않는

늘 푸짐한 웃음이

나는 좋와라

 

 


 

 

김동원 시인 / 허장성세(虛張聲勢)로다

 

 

집 나서는 남정내 뒤

아낙은 늘 살얼음 판 이였다

70년

궁했지만 정줄 이웃이 있었고

골목 마다엔

하나만 낳아도 지구는 초만원

 

훈련장

집요하게 따라 붇든

보건소 나리들

 

씨 없는 수박은 밤이 줄겁습니다

맘 놓으시고

풍년 방아를 찧세요

 

안개 속 30년

아기울음이 뚝 그쳤습니다

애국하는 길,

출산 장려금도 드립니다

 

생과 사

자연이거늘

또 찧고 까부는 고령화 시대

멍멍개여 짖지 마라

꼬꼬닭은 왜 우는고......

 

 


 

 

김동원 시인 / 호곡

 

 

아침 문안드릴 때

우멍한 눈 들어

하마 일 나가

야 댕겨 올께유

입맛 읍드라도 억지루 좀 떠유

그래야 오래 살지유

 

아! 왜 안 데려가

얼렁 죽어야 너두 편할 텐데...

 

거나한 귀가 길 가게방 앞

늘 마른침 삼키며

시원한 물 원하시던 어머님,

목이나 추겨드려야지,

아주머이

젤 맛난 아이스크림 주시유

봉다리 덜렁 덜렁 흔들며 당도한집

왠지 급한 맘 문 여니

아!

이게 왼 날벼락이여

 

늙은이일 밤새 안녕 이라드니

꼭 감은 눈 몰아쉬는 하얀 숨결

아들 손자며느리 이승에서의 이별

하 기맥혀 울도 못 했네유

 

어머이

귀천 길 혹 가게방 보이면

이승에서 못 드시고 떠난

아이스크림 하나 사

목 추기시고 시원하시거든

이 자식 피 눈물이려니

짐작이나 하소서

짐작이나 해 주소서

 

 


 

김동원 시인

1962년 경북 영덕 출생. 대구한의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4년 『문학세계』 ‘시 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1997년 1시집 『시가 걸리는 저녁 풍경』출간. 2002년 2시집 『구멍』 출간. 2004년 3시집 『처녀와 바다』 출간. 2007년 동시집 『우리 나라 연못 속 친구들』 출간. 2011년 시 에세이집 『시, 낭송의 옷을 입다』 출간. 2014년 평론집 『시에 미치다』 출간. 2015년 대구예술상 수상. 2016년 4시집 『깍지』 출간. 201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17년 운당 김용득 자서전 『동화요변』 출간. 2018년 동시집 『태양 셰프』 출간. 2018년 편저 『저녁의 詩』 출간. 2018년 대구문학상수상. 현재) 대구시인협회 부회장. 대구문인협회 시분과위원장, 한국시인협회원. 『텃밭시인학교』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