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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권지현 시인 / 초록새를 담아왔다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19.

권지현 시인 / 초록새를 담아왔다

 

 

  선인장식물원에서 카메라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꽃핀 선인장에 앉아 비명 한 줄 뿌리는

  초록새를 찍은 뒤였다

 

  화살나무 가시풀 사라진 피닉스

  길가에 멈춰 서서

  석유를 차에 들이붓는다

  해는 사막의 늑골을 한창 건너고 있다

 

  시속 120마일 서늘한,

  그늘 한 점마저 걷어낸 라스베가스 쪽에서

  바랜 셔츠를 걸친 중년사내가

  페트 물통을 휘저으며 걸어온다

  선인장 꽃잎처럼 불기운 지핀  

  탕진한 사막 한 채의 얼굴,

  속도계가 순식간에 잡아당겼다 토해낸다

  미러 뒤편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사내,

  미완의 얼굴이 눈에 찍혀 남아 있다

 

  사내가 막 걸어 들어간 골 깊은 사막에서

  렌즈 깨진 카메라에 초록새를 담아왔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10월호 발표

 

 


 

권지현 시인

1968년 경북 봉화에서 출생. 국민대학교 국문학과 및 同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2006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 2010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현재 국민대학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