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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현 시인 / 초록새를 담아왔다
선인장식물원에서 카메라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꽃핀 선인장에 앉아 비명 한 줄 뿌리는 초록새를 찍은 뒤였다
화살나무 가시풀 사라진 피닉스 길가에 멈춰 서서 석유를 차에 들이붓는다 해는 사막의 늑골을 한창 건너고 있다
시속 120마일 서늘한, 그늘 한 점마저 걷어낸 라스베가스 쪽에서 바랜 셔츠를 걸친 중년사내가 페트 물통을 휘저으며 걸어온다 선인장 꽃잎처럼 불기운 지핀 탕진한 사막 한 채의 얼굴, 속도계가 순식간에 잡아당겼다 토해낸다 미러 뒤편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사내, 미완의 얼굴이 눈에 찍혀 남아 있다
사내가 막 걸어 들어간 골 깊은 사막에서 렌즈 깨진 카메라에 초록새를 담아왔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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