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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근 시인 / 포도입술
포도가 될래요, 라고 마음먹은 밤이면 달빛이 마당까지 내려와요. 입 안 가득 날벌레는 웅성거리고 난 낮은 지붕을 올라가요. 가려운 발가락과 늘어난 왼팔이 오늘밤 위독해요. 교미의 시간, 잠자던 무덤이 부풀어요. 누군가, 입술을 두드려 바람을 가위질해요. 눈뜨는 풍경 눈감는 저녁, 슬픔마저 지우면 무엇이 남을까요? 엄마의 꼭지도 삭둑 자르며 안녕. 울음이 떠올라요. 검고 푸른 무덤의 세계. 마셔요, 달빛에 타서 천천히.
웹진 『시인광장』 2011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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