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승림 시인 / 번지점프
책받침 위에서 뛰어내린다, 그럴싸한 비명까지 질러대며 여기서 살아나가려면 누구나 발목을 묶어야 한다.
그 비명의 뻔뻔스러운 체적들은 한 번도 이 세상을 향해 들켜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것들의 공통분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는 그 위태로운 공통분모 위에서 점점 작아지다가, 마침내 우리 자신이 바로 그 비명의 자궁인 것처럼, 片이 떠진다. 그러면 애인의 이름을 장난삼아 외치며 뛰어내리던 그 흔한 놀이기구들보다, 이 얇은 한 장의 책받침 위가 얼마나 더 무서운 공포를 몰아올 것인가를... 그런 다음 서로 몸을 포개고, 그 몸 위에서 그 몸 밑에 깔린 방바닥을 내려다보면 인간의, 그 한 장의 얇은 인간의 몸이 얼마나 더 무서운 공포로 들이닥치는가를... 그런데 정말 웃기는 건, 그 책받침 밑에 추락하듯, 아무렇게나 널브러져버린 나를 보고 사람들은, 어디 다친 데 없어요? 어디 다친 데 없냐고?
책받침 위에서 뛰어내려본 사람은 안다.
그 추락의 片을.
웹진 『시인광장』 2011년 6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박송이 시인 / 머리카락 (0) | 2020.07.10 |
|---|---|
| 조수림 시인 / 총류 000 (0) | 2020.07.10 |
| 강순 시인 / 거울의 통증 외 1편 (0) | 2020.07.10 |
| 류경희 시인 /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외 4편 (0) | 2020.07.10 |
| 김동원 시인 / 걸뱅이 외 6편 (0) | 2020.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