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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라연 시인 / 엿장수의 가위는 어디로 갔을까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10.

박라연 시인 / 엿장수의 가위는 어디로 갔을까

 

 

  국화축제 엿장수의 가락이 하도 달콤해

  달콤해진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섰는데

  엿장수마누라 격인 여장남자

  5000원이면 저의 거기 만져 볼 수 있다 말하는데

  사뭇 애절하기까지 한데 할머니는 요지부동

  시간은 자꾸 흘러가는데 부채치마로 살짝 살짝

  부채질해도 돈 꺼내실 생각이 없으신데

  햄릿의 명대사를 맡겨도 될 듯싶은 여장남자의

  눈에서 급기야 눈물이 흐르는데

  휘익 천정으로 가위를 내던지는 엿장수!

  가위는 어디로 갔을까 가서 알아내고 있을까

  안 팔리는 나와 살 수 없는 너희 사이에서

  저 여장남자의 이목구비에서 흘러내리는  

  비애, 너랑은 왜 무작정 섞여지는지

  쓰디쓴 나의 내부를 환희 들춰내던 달빛은

  왜 가수가 못된 배우가 못된 그들의, 이미지의 이불이 되는지

 

웹진 『시인광장』 2011년 7월호 발표

 

 


 

박라연 시인

전남 보성에서 출생. 방송통신대학 국어과를 졸업. 원광대학교 대학원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음.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서울에 사는평강공주〉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생밤 까주는 사람 』, 『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 『빛의 사서함』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