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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숙 시인 / 잘
볕드는 잎잎마다 푸른 낯짝인데 어쩌다 가지를 놓친 잎 하나 떨어져 나간다. 잠시 계절을 잊었거나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무른 가지 흔들어 댄 탓이겠지 잘 가라 , 너무 일찍 제 뼈를 제가 움켜쥐고 가는 것이 울컥거려 한 마디 하니 나무도 멈칫, 잎도 멈칫
여기 와서 잘 살다가는 것이 아니므로 그래서 잘 가는 것이 아니어서 문득 그 말이 가슴에 덜컥 걸렸던 것인데
살면서 무수히 많은 잘을 함부로 건넨 것 같아 때로는 그 말이 마음을 허물기도 하지만
잘은
맨송맨송한 말을 다시 품어주는 말, 누군가를 안쪽으로 끌어당기는 말
잘이라는 말에는 그늘이 없지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잘 있고 잘 가고 잘 살다 잘, 한 두름의 잘 이라는 말을 꿰고 돌아오는 밤, 청명한 물소리가 잘잘잘
웹진 『시인광장』 2011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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