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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후영 시인 / 그림자가 없는 방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12.

김후영 시인 / 그림자가 없는 방

 

 

  햇빛에 눌려

  땅 밑으로 밀려들어가도

  아프다는 말

  살고 싶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제 몸의 무게를 버거워하던 그림자

  암세포 도려내듯 던져 버리고

  미련도 버리고

  인사가 어떤 건지 알지도 못하는 양

  잘 있으란 말도

  잘 살란 말도 없이 그저 가만히

 

  신발도 안 신고

  허물 벗듯 가볍게 날아올라서는

  뒤도 안보고 그저 가만히

 

  이제는

  햇빛이 벽을 타고 올라갔다 내려 와도

  그림자가 없는 그 방을

  껍질조차 없는 그 방을 그저 가만히

 

웹진 『시인광장』 2011년 7월호 발표

 

 


 

김후영 시인

2006년 계간 《미네르바》를 통해 등단.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재학 中. 현재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