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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윤진 시인 / 가을 길목에 서면 외 3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12.

김윤진 시인 / 가을 길목에 서면

 

 

 그리운 사람과

 사랑을 나누는 가을은

 젊은 연인에겐

 더없이 행복한 계절입니다

 작은 정에 목마른 사람들도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다면

 참으로 좋으련만

 가을 길목에 서면

 누군가가 그립습니다

 

 소식 없는 친구들이

 생각나는 이쯤의 거리에선

 항상 비가 내립니다

 가을비가 한기를 느끼게 하고

 가슴 밑바닥에선

 외로운 소름이 돋습니다

 

 한참 철 지난 옷을 입고

 길 한복판에 서서

 거울을 보고 있는 것처럼

 대책 없는 초라함이 부끄러울 때

 함께 있었으면 하는

 누군가가 그립습니다

 

 가을 길목에 서면

 말없이 기다릴 것 같음에

 

 


 

 

김윤진 시인 / 가을 햇살 같은 그리움

 

 

그리움을 뭉쳐놓은 것 같은

가을꽃들이 사랑을 머금고 있어요

모두 내게 다가오는 듯 느껴지는

따사로운 어느 날

심정 깊은 곳을 노크하네요

생각이 일치된 누군가가

곁에서 바라보는 듯합니다

 

낯설지 않은 느낌이

우리 언젠가 만난 적이 있던가요

하늘은 높아졌는데

마음은 하늘과 가까워진 기분입니다

 

꿈을 꾸는 것은 아니겠지요

막연히 가을 햇살 속에서

얼마나 보고 싶은지

묻고 싶은 말이 많은데

모습은 볼 수가 없네요

한 번만이라도

혹여 안 될까요

 

 


 

 

김윤진 시인 / 가을비는 내리고

 

 

주절주절 할 말도 많은가

속내를 털어놓던 빗줄기는

더욱 큰 소리를 냅니다

잔뜩 흐려진 하늘을 보면서

곧 화를 볼 줄 알았지요

목에 찬 감정을 숨기며

입을 꼭 닫더니

지난밤에는 떠들썩했습니다

 

슬픔을 감추던 얼굴은

일그러짐이 심히 깊었고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으며

가을비는 소란스레

밤이 깊도록 내리니

새벽이 오는 줄도 몰랐습니다

 

넉넉히 풀어놓는 가을이기에

조금씩 너그러울 수 있다면

우리 마음을 닮은 가을비도

조용히 다녀갈지 혹, 모를 텐데

그렇게 느껴서겠지요

가을은 가을인가 봅니다

 

 


 

 

김윤진 시인 / 가을엔 사랑할 채비하게 하소서

 

 

가을을 곁에 두고

홀로 가슴엔 낙엽더미가

쌓였다, 스스로 타버리는 재가 되어

저기 저 벌판에 서있는

외줄기 처연한 사랑이 있습니까

펼친 시간 허락하시고

비로소 사랑 받게 하소서

겨울 오기 전, 낙엽 지듯

사랑 또한 진다해도

한 계절 앓느니

한 계절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엔 마주하게 하소서

할퀴고 저버려진 가지에는

청록의 싹 움틀 리 없고

미래도 생명도 잃어 가리니

선선히 받아드린 사랑

무너질 때로 무너질지라도

이별의 전주곡은 마소서

한줌 사랑의 엽서 띄우게 하소서

그리하여 다시 가을엔

사랑할 채비하게 하소서

 

  


 

김윤진 시인/소설가

본명 : 김영이. 1997년 월간순수문학 시 등단, 1998년 월간문예사조 소설 등단. 2018, 19년 한국문학을 빛낸 100인으로 선정. 2020년 '한국문학을 빛낸'으로 선정. 하이텔문학상, 문학세계문학상, 한국문인협회 문화관광부 2002년 우량 콘텐츠 우수전자책으로 선정. 인터넷문학신문 소설 연재, 월간시사문단 시 연재. 국가고시 영양사면허취득, 2004년 월간시사문단 심사위원. ebook21(노블21) 소설작가. 시집; <내 소리가 들리세요>, <사랑을 앞에 두고> <노래를 부르면 그리움과 만난다> 소설집; <녹색장미의 반란>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