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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진 시인 / 모닝 케이크
어지럼증을 앓는 사람의 눈빛으로 새벽이 오기도 했다 너의 밤과 나의 아침이 뒤섞이고 보이는 사람과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고 태양이 자기 그림자를 밟고 넘어지기도 하는 시간 일그러진 너의 얼굴 위에 차가운 잠이 고인다
둥근 빵의 가운데를 도려내며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빈 자리에 듬뿍 오렌지 마말레이드 침묵이 젖어들도록 깊이 오렌지 마말레이드
설탕에 대한 상상만으로 기분은 쉽게 시작되는데 놀란 새떼처럼 마구 흩어지는 나의 목소리 내 사랑은 굳이 따지자면 소금 쪽이야
운명은 가장자리에서 자라나는 균열같은 것 모서리들은 너무 결연해 언젠가는 구름처럼 몽롱한 케이크를 굽고 싶었다 콧노래를 부르며 기다리는 아이처럼
달콤한 냄새는 이상한 슬픔을 몰고 와 오늘은 좀 더 단단한 생크림을 얹기로 한다 너는 한 번도 같은 모양으로 태어난 적이 없었으므로 눈을 뜨면 불쑥 낯선 우연이 될 것을 안다
하염없이 오렌지 케이크가 익어가는 아침 우리는 발끝부터 불길하게 부풀어 오른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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