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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겸 시인 / 부화(孵化)
‘높은 전각에 오르면 구름을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고, 청홍(靑紅)으로 꾸민 아름다운 방안이 눈부시고, 실로 엮어 만든 발이 이슬처럼 드리워지고, 엷은 비단의 휘장이 구름처럼 펼쳐진다. 방마다 아름다운 미녀들이 즐비하며, 황금의 술잔이 화려하게 오고간다. 맑은 현악기소리가 실내를 메우면 무희들이 간들거리며 춤을 추고 애절한 피리소리는 노을 밖으로 울려퍼진다. 난초밭에 향기로운 꽃을 꺾으며, 진주가 쌓인 연못에서 빨간 꽃을 즐긴다.’
현생에서 나는 포박자(抱朴子)가 묘사한 부귀영화를 21세기 문명버전으로 바꾸는 꿈을 꾸고 있었다
밤벌레야 밤의 녹말에 취해 아귀의 꿈에 잠겨있는 밤 발레야 철갑선같은 밤 껍질 밖에 금화 같은 해가 뜨는지 은화 같은 달이 지는지 폭풍이 부는지 황사 바람이 부는지 삼신할미가 물린 밤 젖을 먹고 있는 밤 벌레야 밤을 그만 먹으렴 알루미늄 찜통에서 밤과 함께 삶아지기 전에 밤과 함께 삶아져 인간 아귀들에게 먹히기 전에 밤벌레야 철갑선 같은 밤 껍질 밖으로 나와 나방이 되렴
70억불의 부를 이룩한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으로 몸이 고목처럼 말라 죽었다. 세계가 IT문화를 선도한 그를 에디슨이나 벨의 공적에 비교하고 칭송했다 스티브 잡스는 행복했을까 청춘시절 극동불교의 선승이 되고자 했던 그가 인생의 선택을 바꾸었다면 시간의 불에 삶아지는 밤벌레의 운명을 면했을까 나는 연일 매스콤의 톱을 장식하는 미국 밤벌레가 부러운 한국 밤벌레 일까
웹진 『시인광장』 2011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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