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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완순 시인 / 동화를 들려드릴까요
늙은 하늘에서 아직도 눈이 내리잖아요 축축한 사람들은 과자부스러기 같은 눈을 밟으며 성으로 가요 가만, 아직도 꿈을 꾸어대는데 괜찮은 거죠 나는 잠도 꿈도 토막토막 잘라놓아요 어린 날 가위에 눌린 밤이면 베개 밑에 몰래 넣어 둔 칼 때문인지도 모르죠 사람들은 미끈거리는 거리를 헤매다 늙어 갈 거에요 눅눅해진 이야기를 꺼내 널고 싶겠죠 꾸역꾸역 해가 뜬다면 말이에요 더 이상 기워질 수 없이 낡은 해는 비밀인 걸요 나는 오래 잠을 자서 꿈도 많아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다가 죽는다는 동화를 믿나요 허공을 떠도는 당신들의 이야기는 유행이 지났잖아요 토막 난 내 꿈들을 팔아요 꼬리가 잘려진 정액이랑 싱싱한 불안 말라버린 부레 죽은 머리통에서 자라는 머리카락도 있어요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은 덤으로 드릴 수 있어요 아, 운이 나쁘면 햇살의 지느러미를 만날 수도 있다고 경고해 두어야 겠네요 과자의 집으로 오세요 신데렐라 자매의 잘려진 발가락들이 뛰어놀고 있어요 내게 사과를 건네 줄 당신을 만나고 싶어요
웹진 『시인광장』 2020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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