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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송미선 시인 / 80 B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26.

송미선 시인 / 80 B

 

 

오른쪽으로 출렁거리거나

왼쪽으로 절름거리거나

 

장미무늬레이스도 상표도 빛바랜지 오래 전이지만

선명한 80 B

주홍글씨로 남아

 

잠과 잠꼬대 사이는 좁혀지지 않는다

가슴이 뛸 때마다 총천연색으로 들썩이던 브래지어

허물어질까 봐 두려워 스스로를 옥죄고 있다

잠 깨기를 기다리며

창 너머를 본다

가려운 겨드랑이 사이로 턴테이블 돌아가는 소리

몽유병이 들키지 않게

볼륨을 높인다

세상은 조금씩 뒤로 밀려나고

오른쪽엔 해를 왼쪽에는 밤을 품은 잠꼬대보다

잠이 항상 쉽다

 

나는 A B C......A B로 진열 되었고

손가락은 늘 모자랐다

 

왼쪽 가슴은 더 자라지 않았다

 

웹진 『시인광장』 2020년 3월호 발표

 

 


 

송미선 시인

동아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11년 《시와 사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다정하지 않은 하루』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