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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금란 시인 / 일상이 되기로 한다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26.

금란 시인 / 일상이 되기로 한다

 

 

  금 간 것에 대해 우리는 심각해지지 않기로 한다 절망적인 선들로 이어진 미로를 따라가다 허물어지는 세계에 발이 닿기도 한다 발 디딘 지점이 갈라지기를 멈출지도 모른다는 환상에 사로잡히기로 한다 젖은 발을 벽에 걸쳐두면 웃음 헤픈 여자를 명명할 수 있는 계절이 환하게 피기도 한다 여자의 꽃무늬 가득한 원피스는 봄을 부르는 색깔이다 웃고 있는 여자는 몸을 돌릴 수 없어 뒤를 보지 못한다 액자의 우유부단함이 밤을 키우고 있다 여자의 수긍이 우리를 태연하게 하지만 갈라짐을 바라보지 않으면서 바라보는, 그것을 우리의 일상이라 말하기로 한다

 

웹진 『시인광장』 2020년 3월호 발표

 

 


 

금란 시인

전북 순창에서 출생. 2013년 《시로 여는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얼굴들이 도착한다』(2019 파란)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