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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찬 시인 / 꽃의 말
사람아 입이 꽃처럼 고아라. 그래야 말도 꽃같이 하리라. 사람아.
황금찬 시인 / 행복과 불행 사이
길은 모든 길은 행복과 불행 사이로 나 있었다 나는 그 길로 가고 있다
바람이 파도를 일으킨다 내 배는 그 물결 위로 가고 있다
그네를 타고 앞으로 치솟다간 다시 뒤로 물러선다
정지되면 행복도 불행도 아니다
삶이란 흔들의자에 앉는 것이다
황금찬 시인 / 가을
감나무 가지에 매미가 벗어 걸어놓은 여름옷 한 벌 밤이슬에 젖고 있다
황금찬 시인 / 가을바다
지금 이 바다엔 아무도 없고 물새 한 마리와 나뿐이다.
우리는 파도를 바라보고 있다.
너와 나는 항해사
파도는 우리들의 길이다.
가야 한다. 저 하늘과 산맥을 넘어서
바다는 인류의 눈물이다. 물새가 울고 있다. 나도 울고
바닷가에선 장미꽃 한 송이도 울고 있었다.
황금찬 시인 / 겨울 기도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장미나무 그 마른 잎새 위에 기도의 사연처럼 쌓이고 있습니다.
눈나라의 마음을 갖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흰 장미꽃처럼 순결한 그런 사랑으로 당신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눈나라의 성문이 열리듯 그렇게 문이 열리고 마음밭에 피는 사랑의 꽃.
소녀의 아침 기도는 끝났는데 그래도 눈은 내리고 겨울 장미밭에 순결한 장미는 피고,
걸어오려나 조용히 길을 내며 기다리는 눈언덕에 당신은 찾아오려나.
황금찬 시인 / 겨울 나무
말하려나 참고 견디어온 긴 세월 보석으로 닦은 그 한마디의 말.
한줌 자랑도 부끄러울 것도 없는 오늘 이 남루한 지대에서 주저할 것이 없으리.
노을이 걷히듯 끝나기 전 한가락 머리카락에 새겨둘 슬픈 피리소리.
시대의 겨울 나무여. 말하려나 이젠 말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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