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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한경용 시인 / 고등어가 있는 풍경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25.

한경용 시인 / 고등어가 있는 풍경

 

 

어부들은 그물 속에

찰랑거리는 투명을 길어 올린다.

포구의 바닥에는 눈알들이 부러져 있다.

물로 그린 형상이 시간 속에 무엇을 남겨놓았나.

심해에 무덤을 남겨놓을 수 없는 운명

종족의 기억으로 핏자국을 씻을 때

아득한 개펄너머 물컹물컹 울음이 번진다.

 

허리 질끈 묶은 아낙이 도마 위 칼질로

대가리 갑각류 비릿한 내장을 싹둑 훔쳐낸다.

좌판대 아래 플라스틱 통에서

미추(美醜)의 한 생이 절여진다.

양은 냄비 보글보글 상념 끓는 소리

빈한한 몸은 겨울 한 병을 마시는가.

 

낡은 연안에서

잡혀 올린 물 떼 주변의 깃대와 밀대

한 여름 철 바다를 향했던 초로(初老)의 장화

뿌연히 비 내리는 어시장에 호객소리 멈췄는데

파드닥!바닥에서 마지막 눈을 부릅뜨는 자의 항거

어등(魚燈)은 타오른다.

 

웹진 『시인광장』 2020년 3월호 발표

 

 


 

한경용 시인

2010년 《시에》 신인상 수상 후 『문학사상』 등에서 작품 활동. 시집으로 『빈센트를 위한 만찬』와 『넘다, 여성 시인보 백년 100 인보』가 있음. 인하대 무역학과 졸업,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졸업, 중앙대 문예창작과정 수료. 한양대 총장 공로상, 중앙대 총장 문학 표창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