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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진 시인 / 백마
새들의 젖은 얼굴을 본다 몸을 구부리는 자세는 먹이를 구하는 뜨거운 균형
낮은 지붕들 사이로 파랗게 고독한 하늘이 보인다 백마는 잘 보이지 않아요
때마침 강에 쌓이는 어둠처럼 궁남지의 물양귀비도 겨울은 피할 수 없는 일 얼어붙기 좋은 위치에 앉아 말발굽 소리를 듣는다
물의 손금을 만들며 안쪽으로만 소용돌이치는 백마강 물소리
흘러가는 모양을 배우고 있다 한 발 더 내밀면 낭떠러지 강물도 접힌 곳은 수심이 짙어요
나는 자꾸 없는 말굽 소리를 들으려는 사람 매일 커지는 찬바람이 목덜미를 움켜쥔다 겨울은 겨울을 장면을 펼쳐놓은 채 고요해
기다림이 너무 선명하여 지나가는 사람의 손에 물양귀비가 피었다 입을 꾹 다물었는데 눈물이 난다
새들과 함께 백마가 오고 있긴 한 것일까
웹진 『시인광장』 2020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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