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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초우 시인 / 반 고흐의 산월(産月)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25.

이초우 시인 / 반 고흐의 산월(産月)

 

 

나는 어머니의 달집 안에서 두 번째로 웅크리고 있어요

이젠 고무작거리지도 않고, 머리 아래로 살며시 내려놓고

나도 모르는 때 기다리고 있지요

 

어머니가 매일매일 집을 나설 땐

어머니 발자국 소리에 콩닥콩닥 두려움이 내 몸만큼

부풀어 올랐어요

아기 형이 누워있는 공동묘지에 도착만 하면 어머닌

찢어진 쉰 목소리로 기도를 하다

마른 눈물 훌쩍이는 소리 들려주곤 했지요

금세 제 달집 푹 쭈그러들고

어머니의 아랫배 뒤틀릴 정도로, 저도 그만 시큰둥히

돌아눕고 말았지요

 

제가 사는 상현달 아침마다 다시 부풀어 올랐어요

아버지와 어머니, 속삭이는 깊은 밤 내 몸 등달아 젖어들고

가쁜 숨소리 들릴 땐 여린 내 귓바퀴 쫑긋 세워

나도 모르게 내 눈망울 충혈 되곤 했지요

 

어머니 왜 자꾸 그렇게 슬퍼하셔요

제가 자란 달집 안에서 숨을 거둔 형

지금 황홀한 달의 왼 쪽 표면에 날아와 앉아 우릴 보고 있는데,

어머니 자꾸 그러시면 전 어쩌나요

어머니 몸속에서 그렇게 슬프게 하는 마녀들, 제가 죄다

좇아내야지요

너무도 어머닐 빼닮은 마녀들, 고개 숙인 붉은 머리 어머니

또 다른 검은 머리 어머니도 이제 막 몸속에서 빠져 나갔어요

 

전 지금 아무 생각 없이

머리 거꾸로 가지런히 내려놓고 어머니의 붉은 만월 갑자기

열려지길 기다리고만 있어요

 

웹진 『시인광장』 2020년 3월호 발표

 

 


 

이초우 시인

경남 합천에서 출생.  2004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1818년 9월의 헤겔 선생』, 『웜홀 여행법』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