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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우 시인 / 반 고흐의 산월(産月)
나는 어머니의 달집 안에서 두 번째로 웅크리고 있어요 이젠 고무작거리지도 않고, 머리 아래로 살며시 내려놓고 나도 모르는 때 기다리고 있지요
어머니가 매일매일 집을 나설 땐 어머니 발자국 소리에 콩닥콩닥 두려움이 내 몸만큼 부풀어 올랐어요 아기 형이 누워있는 공동묘지에 도착만 하면 어머닌 찢어진 쉰 목소리로 기도를 하다 마른 눈물 훌쩍이는 소리 들려주곤 했지요 금세 제 달집 푹 쭈그러들고 어머니의 아랫배 뒤틀릴 정도로, 저도 그만 시큰둥히 돌아눕고 말았지요
제가 사는 상현달 아침마다 다시 부풀어 올랐어요 아버지와 어머니, 속삭이는 깊은 밤 내 몸 등달아 젖어들고 가쁜 숨소리 들릴 땐 여린 내 귓바퀴 쫑긋 세워 나도 모르게 내 눈망울 충혈 되곤 했지요
어머니 왜 자꾸 그렇게 슬퍼하셔요 제가 자란 달집 안에서 숨을 거둔 형 지금 황홀한 달의 왼 쪽 표면에 날아와 앉아 우릴 보고 있는데, 어머니 자꾸 그러시면 전 어쩌나요 어머니 몸속에서 그렇게 슬프게 하는 마녀들, 제가 죄다 좇아내야지요 너무도 어머닐 빼닮은 마녀들, 고개 숙인 붉은 머리 어머니 또 다른 검은 머리 어머니도 이제 막 몸속에서 빠져 나갔어요
전 지금 아무 생각 없이 머리 거꾸로 가지런히 내려놓고 어머니의 붉은 만월 갑자기 열려지길 기다리고만 있어요
웹진 『시인광장』 2020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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