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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찬 시인 / 나의 소망
정결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리라 그렇게 맞이한 이 해에는 남을 미워하지 않고 하늘같이 신뢰하며 욕심 없이 사랑하리라
소망은 갖는 사람에겐 복이 되고 버리는 사람에겐 화가 오느니 우리 모두 소망 안에서 살아갈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후회로운 삶을 살지 않고 언제나 광명 안에서 남을 섬기는 이치를 배우며 살아간다.
선한 도덕과 착한 윤리를 위하여 이 해에는 최선을 다하리라.
밝음과 맑음을 항상 생활 속에 두라 이것을 새해의 지표로 하리라
황금찬 시인 / 낙엽시초
꽃잎으로 쌓아 올린 절정에서 지금 함부로 부서져 가는 너 낙엽이여 창백한 창 앞으로
허물어진 보람의 행렬이 가는 소리가 없는 공허로 발자국을 메우며 최후의 기수들의 기폭이 간다
이기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저 찢어진 깃발들 다시 언약을 말자 기울어지는 황혼에 내일 만나는 것은 내가 아니다
고궁에 국화가 피는데 뜰 위에 서 있는 나 이별을 생각하지 말자 그리고 문을 닫으라 낙엽 다시는 내 가는 곳을 묻지 말라
황금찬 시인 / 오월이 오면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심산(深山) 숲 내를 풍기며 오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오늘 날고 있는 제비가 작년의 그 놈일까? 저 언덕에 작은 무덤은 누구의 무덤일까?
오월은 사월보다 정다운 달 병풍에 그린 난초가 꽃 피는 달 미류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듯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달 오월이다.
황금찬 시인 / 촛불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대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태워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황금찬 시인 / 6월
6월은 녹색 분말을 뿌리며 하늘 날개를 타고 왔느니.
맑은 아침 뜰 앞에 날아와 앉은 산새 한 마리 낭랑한 목청이 신록에 젖었다.
허공으로 날개 치듯 뿜어 올리는 분수 풀잎에 맺힌 물방울에서도 6월의 하늘을 본다.
신록은 꽃보다 아름다워라. 마음에 하늘을 담고 푸름의 파도를 걷는다.
창을 열면 6월은 액자 속의 그림이 되어 벽 저만한 위치에 바람 없이 걸려 있다.
지금 이 하늘에 6월에 가져온 한 폭의 풍경화를 나는 이만한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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