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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석중 시인 / 테이크아웃
이젠 스릴도 즐기게 되었다 뛰어내릴까 말까 시작은 먹빛이었으나 지금은 보랏빛으로 익숙해졌다 정처 없는 바람을 믿지 않기로 했다 구름의 천의 얼굴도 보지 않기로 했다 마주 앉은 대화는 언제나 뜬구름만큼 부풀리고 다정했던 표정도 스쳐간 바람이었다 욕심 없는 생은 언제나 한 발 늦었고 환송은 기차를 타고 멀리 떠났다 어쩌다 행복의 옷자락이 저만치 뒤돌아서 갈 때에야 뒤늦게 엄지손톱을 물어뜯었다 이명을 자르는 고흐의 귀에서는 검은 피가 흘렀을까 혼자 맞이하는 손바닥에 블랙커피의 따뜻한 외로움이 스며들었다 이제 외로움도 습관이 되었다 혀끝을 홀리던 단맛에서 황폐해가던 정신을 가까스로 구원하게 되었다 혼자 늙어가는 낙낙 장송을 청승맞다 하지 마라 아슬아슬한 절벽 끝에 서보면 당신도 알게 될 것이다 인생은 누구나 단독자라는 것을 이제는 바쁠 것도 없지만 더 진보하라고 등 떠미는 그 누구도 없다
웹진 『시인광장』 2020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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