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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석 시인 / 라일락에 갇히다
나서기보다 들어오기 위한 것이 문門이지 나가지 않고서야 되돌아올 수 없는 법이지 둥근 방 하나쯤 만들겠다고 엄동嚴冬에 결심했지 얼음장에서 자라난 향기는 차디찬 슬픔의 늪이지
오월 어느 하루 꽃잎 열자 날아든 벌과 나비들 갇힌 몸이었기에 부러움에 시샘할 수밖에 없었지 살랑거리는 수술 꽃밥과 암술 머리로 끌어올려져 내뿜어지는 향기 천지사방 흩어져 훨훨 날아갔지 지상으로 하늘로 강과 바다로 가없이 퍼져 나갔지 새벽 지나 한낮 가고 어스름조차 오는 줄 몰랐지 깜깜한 밤중 되어서야 밑씨는 악몽을 꾸게 되지 무미건조, 무색무취한 겨울밤만 되풀이되는 꿈!
떠돌고 떠돌다 밀폐된 씨방에 꼼짝없이 갇혀버리지 옥죄어오는 공명孔鳴의 고독만 갉아대고 갉아댔지 목마른 봄밤 지나 첫닭 울 때 또 자유를 찾아나서지 들어오기보다 나서기 위한 것 또한 문門이니까
웹진 『시인광장』 2012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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