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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 / 숲
비 개인 아침 숲에 들면 가슴을 후벼내는 비의 살내음. 숲의 샅내음.
천 갈래 만 갈래 산새들은 비단 색실을 푸오. 햇빛보다 더 밝고 정겨운 그늘에 시냇물은 찌글찌글 벌레들인 양 소색이오.
비 개인 아침 숲 속에 들면 아, 눈물 비린내. 눈물 비린내. 나를 찾아오다가 어디만큼 너는 다리 아파 주저앉아 울고 있는가
나태주 시인 / 시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 속에 시 하나 싹 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나태주 시인 / 아무 것도 모르면서
아무 것도 모르면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발부비며 우는 철부지 어린아이이고 싶다.
사람의 냄새와 사람의 껍질을 벗고서도 또 사람이고 싶다.
작은 바람에도 살아 쓸리는 여린 풀잎, 미세한 슬픔에도 상처받아 우는 작은 별빛, 드디어 나는 나만 아는 차고 맑고 그윽한 향기를 머금고 싶다.
나태주 시인 / 안부
오래 보고 싶었다
오래 만나지 못했다
잘 있노라니 그것만 고마웠다
나태주 시인 / 어쩌다 이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있다 가고 싶었는데 아는 듯 모르는 듯 잊혀지고 싶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그대 가슴에 못을 치고 나의 가슴에 흉터를 남기고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나의 고집과 옹졸 나의 고뇌와 슬픔 나의 고독과 독선 그것은 과연 정당한 것이었던가 그것은 과연 좋은 것이던가 사는 듯 마는 듯 살다 가고 싶었는데 웃는 듯 마는 듯 웃다 가고 싶었는데 그대 가슴에 자국을 남기고 나의 가슴에 후회를 남기고 모난 돌처럼 모난 돌처럼 혼자서 쓸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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