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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주 시인 / 송하보월도(松下步月圖)
투영된 나무그림자 솔바람에 휘모리진다 밑둥에서 우듬지까지 놋다리밟기 한 길이다 하늘에 닿은 절절한 발자국 땅 위로 끌어내려 본떠본다 그림자에 잠긴 행보, 깊이가 골똘하다 달빛이 뉜 나무의 진면목이 검은 토설을 하고 있다 어느 의연한 뿌리의 족보가 이렇듯 아픈 침엽의 사서를 내장하고 있었을까 갈피마다 흘린 수액의 경전 낙락장송 흰 서사다 시간의 침식을 훔치고도 꿈쩍 않는 나무와 흔들어야 직성인 바람의 화간처럼 달빛이 풀린다 근경이 원경을 업고 내려놓을 자리를 살필 동안 동자가 줄곧 달빛 보폭을 헤아린다 가늠할 수 없는 걸음을 재는 어리고 티없는 걸음, 그 사이 잠긴 뜻이 고요하다 구름에 자맥질하는 발이어도 그림자 거느린 음덕이 山高水長이다 환하게 빚은 절편에 꽂힌 솔바람 한 그루, 밟히지 않는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6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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