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 시인 / 컨베어밸트를 타고
바람 부는 날은 시멘트 가루가 몸에 잘 들러붙어 떼어내려고 해도 떼어지질 않는다 느닷없이 바람이 불고 모래와 석회가루가 섞이고 컨베어밸트 돌아가는 소리 들린다
둑에 앉아 컨베어밸트를 바라본다 시멘트 가루를 뒤집어 쓴 강물, 물 밑에 가라앉은 시멘트 덩어리들 밸트 돌아가는 소리가 강물 위에 쌓이고 바다에는 시멘트가 쌓여간다
나는 태어나면서 시멘트 분진을 먹고 자랐다
맑은 하늘도 시멘트였고 구름 낀 하늘도 시멘트였고 양철 지붕도 시멘트였고 토끼털도 시멘트였고
새 한 마리 날아가지 않는 아침 시멘트를 실은 컨베어밸트가 생을 싣고 간다 빨랫줄에 앉은 시멘트 새가 느릿느릿 숨이 막혀 갈 때 나는 컨베어밸트를 타고 바다로 간다 딱딱해진 폐, 서걱대는 눈 바다로 가는 레일 위에 내가 누워있다
웹진『시인광장』 2012년 6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나태주 시인 / 새로운 길 외 4편 (0) | 2020.08.08 |
|---|---|
| 김남조 시인 / 가고 오지 않는 사람 외 4편 (0) | 2020.08.07 |
| 이인주 시인 / 송하보월도(松下步月圖) (0) | 2020.08.07 |
| 안현심 시인 / 용감한 하늘 (0) | 2020.08.07 |
| 채상우 시인 / 혈서(血書) (0) | 2020.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