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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자 시인 / 빈 들판을 걸어가면
저 빈 들판을 걸어가면 오래오래 마음으로 사모하던 어여쁜 사람을 만날 상 싶다
꾸밈없는 진실과 순수 자유와 정의와 참 용기가 죽순처럼 돋아나는 의초로운 마을에 이를 상 싶다
저 빈 들판을 걸어가면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 아득히 신비로운 神의 땅에까지 다다를 상 싶다.
허영자 시인 / 얼음과 불꽃
사람은 누구나 그 마음 속에 얼음과 눈보라를 지니고 있다
못다 이룬 한의 서러움이 응어리져 얼어붙고 마침내 마서져 푸슬푸슬 흩내리는 얼음과 눈보라의 겨울을 지니고 있다
그러기에 사람은 누구나 타오르는 불꽃을 꿈꾼다
목숨의 심지에 기름이 끓는 황홀한 도취와 투신 기나긴 불운의 밤을 밝힐 정답고 눈물겨운 주홍빛 불꽃을 꿈꾼다.
허영자 시인 / 여름 소묘
견디는 것은 혼자만이 아니리
불벼락 뙤약볕 속에 눈도 깜짝 않는 고요가 깃들거니
외로운 것은 혼자만이 아니리
저토록 황홀하고 당당한 유록도 밤 되면 고개 숙여 어둔 물이 들거니.
허영자 시인 / 완행열차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 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된 일이다 서러운 종착역은 어둠에 젖어 거기 항시 기다리고 있거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비듯이 혹은 홈질하듯이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허영자 시인 / 임
그윽히 굽어보는 눈길
맑은 날은 맑은 속에
비오며는 비 속에
이슬에 꽃에 샛별에...
임아
이 온 삼라만상에
나는 그대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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