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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자 시인 / 문자(文字)를 애도함
질주하는 말발굽이 아이를 밀어트렸다 미친 말들이 원 밖으로 밀려난 아이를 쓰러트렸다
전송된 문자 속엔 핏자국이 낭자했다 먹물을 머금은 말이 뚝뚝 문신을 새기는 중이었다
어떤 말은 죽음보다도 아파서 질근질근 씹어대는 문자를 피한다는 게 그만 벼랑이었다
금 밖에서 아이를 보듬어 안을 더 큰 원을 그렸으나 문자 밖으로 훌쩍 뛰어넘어간 아이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곳은 말이 없는 곳, 하늘로 가는 길은 사방이 문이었다 그곳은 문이 없는 곳, 빗장도 열쇄도 없어서 다시 데려올 수 없는 곳
해변에서 모래장난 하던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 바다 속에서 출렁출렁 춤추던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
바다로 가지 못한 거대한 고래가 검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산 것을 삼켜 죽은 말들을 토해내는 거대한 연통에서 연기가 솟구치고 있다
아, 우리가 키운 고래가 너를 집어삼켰구나 네 뱃속에서 태어날 미래의 아이까지 지워버렸구나
아이야 나오거라 구불구불한 검붉은 내장을 헤치고 아이야 나오너라 푸른 즙 넘실거리는 태초의 바다로
한 우주가 사라질 때 오, 천사여 당신 날개는 어디 있었는가
웹진 『시인광장』 2012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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