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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영 시인 / 밥집 앞
한때, 지금은 세상에 없는 사람과 함께 갔던 밥집 앞 지나간다. 죽은 관엽, 귀퉁이 깨진 화분, 더께먼지 앉은 마른 풀들, 뽀얗다. 그 사람, 힌 뜨물처럼 얼굴도 떠오르지 않지만 고등어찌개 들큰하던 무, 짝 안 맞던 젓가락, 형광빛 냅킨, 소란하던 옆자린 생각난다. 오래된 지병으로 버티고 버티다 죽었다던, 우리보다 조금 더 일찍 갔을 뿐이에요, 갈잎들 서걱거리듯 곧 잊힐, 뒤늦은 죄책처럼 뒤돌아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죽은 관엽을 한 번 더 쳐다본다. 오종종하게 모여 서 있는 옅은 잔나무 그림자들, 죽은 사람, 문 닫힌 밥, 집, 앞, 어깻죽지 축 처진 왜소한 삭정이처럼 우리 지나간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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