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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길 시인 / 초례청
차일 아래 촛불이 가야금소리를 냈다. 대례상에는 솔가지와 대나무 밤 대추가 향그럽고 맑은 물 한 그릇과 거기 담긴 천엽류꽃향기 속 같은 고요. 장탉은 푸른 보자기에, 암탉은 붉은 보자기…. 잠시 침묵,
떠오르지 아내야. 길게 집사가 홀기를 부르자 안방 띠살문 열리고 열 두 새 광목 홋청 사쁜사쁜 밟고 갓 스물 너는 신부가 되어 걸어 나왔다. 청사초롱 앞세워 꽃고무신 치마 끝을 채일 듯 한삼 늘어진 너는 손이 길었다. 초록 삼화장저고리 다홍 오색 활옷 원앙문大帶가 시리고 청황홍 끝동 소맷부리도 시리고 틀어 올린 쪽머리 옥색비녀 칠보 마노 쪽도리 구슬들은 너를 이 땅 아니라, 별천지 사람이게 하던 것을. 그랬었지. 오로지 나를 향해 사쁜거리던 신부야. 연지 곤지 얼굴이 수줍어 감으레하던 갓 스물 눈빛
수모 부축 받아 신부인 너는 두 번 큰절하고 너를 보며 한 번 절한 나는 화강청강석 나비사모 자단령과 목화 용문관대가 쑥스러웠다. 하지만 너는 나에게 술을 부었다. 아니 백자 화병 기울려 시자가 따른 꽃잔술 받들어 나에게 건네었지. 떨리며 조금씩조금씩 허공을 건너 찰랑거리던 너의 그 홍매꽃술잔. 그걸 받아 한 모금은 땅에 한 모금은 입술을 적신 후 나도 네게 술잔을 건네었지. 두근거리던 그 순간 아내야 너는 그 술잔을 꽃잎 같은 입술 두 장 구겨 넣어 모두 비웠다.
그리고 다시 두 번 큰절 나는 꿇어 엎드려 한 번 절 한 후, 이번에는 청실홍실 표주박주를 너는 내게로 나는 네게로 서로 엇바꾸어 혀끝에서 굴리니 하늘물과 땅물 합수소리 비로소 들렸다. 반쪽인 너와 반쪽인 내가 둥그런 보름달항아리 하나로 흐르던 소리. 아내야 그 떨림 잊은 지 너무 오래였구나. 차일 아래 촛불 타는 소리를. 열 폭 병풍 십장생들의 노님을. 천지사방이 오색 활옷 너울로 차오르고, 너와 나의 인연줄은 그렇게 얽혀들었는데,
아내야 갓 스물 너와 갓 서른 나의 첫 삶의 얼레줄은 그러나 크게 어긋나지는 않았다. 나의 신부야, 웃마당 감나무 잎사귀가 반쯤 떨어지고 더 떨어지려던 그 해 늦가을 낮
웹진 『시인광장』 2012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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