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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하 시인 / 카페와플*
시피족이 좋아하는 부드러운 레드야 오월의 뒤쪽, 꽃잎이 여러 날 울어 지쳐 빨갛다 못해 새까매진 갈색 카페를 한 겹씩 벗겨내고 있어
어쩌다 열대공화국이 되었을까 모든 환경에 익숙해져야 어떠한 생물과의 대화도 순조롭다는데 수십 겹 시운時運을 피워낸 꽃잎 속
사계절이 뚜렷한 골짜기 푸른 뒷마당 귀여운 커피 잔 하나가 그네를 타고 있어 서러운 이름들을 하나 둘 헤아리면서 총알 박은 사람들이 벽 속으로 사라진 장면을 잊을 수 없어요, 하고 아버지를 부르면 바람이 먼저 울분을 토해
바삭바삭 와플이 나를 씹는 동안 지난 기억은 너무 춥고 씁쓸해 솜털방귀가 삐져나와 까만 군화소리를 떠올리며 몸서리를 쳐 으슬으슬 탁자 위 꽃병이 비틀거려
서늘해진 커피 유령들이 알라딘 램프를 벽담에 걸어놓고 붉은 노을 핥아먹으며 눈빛을 부라리고 있어 마치 길 건너 담벼락이 수상하다는 듯
볼록해진 나는 군데군데 벤치의 그늘을 즐기는 오월의 프리즘, 알록달록한 역사를 소환 중이야
* 진한 원두커피와 함께 즐기는 바삭바삭한 와플 아이스크림.
웹진 『시인광장』 2012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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