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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숙 시인 / 소셜 라이트
못난 4월의 뒤꿈치가 벗겨지고 비자림은 판도라의 회오리 속에 갇혔어요 지난 가을 꽃과 바람의 축제를 잊고
봄은 여기 없는데 청명이 찾아왔어요 처녀 적 당신 눈에 가둔 스프링 같은 내 몸매처럼 부풀어 오르는 흙의 속살을 드러내며
가시울타리 같은 기억을 켜면 헤아릴 수 없는 이름들이 실오라기처럼 풀려 나와요 쓰린 눈에 담긴 나와 당신이라는 헌 가방은 가벼워지지 않는데
무거운 봄날 어디를 찾아 가려고 사각의 세상이 지은 모퉁이를 돌고 도는 것일까요 순한 바람의 씨앗 같은, 서툰 당신이나 잘 익은 나의 간극을
겨울의 더께를 한 겹씩 벗으니 발가락에 새순이 돋네요 그걸 산란(産卵)이라 부르니 거기 앉은 새의 날개가 말발굽처럼 바빠지잖아요 저걸 볼 수 있다면 당신에겐 잉태(孕胎)를
숲이 따뜻해지니 푸른 리듬 부풀어 오르는 복숭아 빛 가는 발목이 칭얼거려요 냉정한 액정을 깨뜨리고 언 땅에 흩뿌릴 거짓말 같은 봄의 에테르를 깨우겠어요
개미 알처럼 흩어진 사각의 기억들
불을 켜는 마음 바닥에는 화이트, 화이트,
웹진 『시인광장』 2012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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