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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승민 시인 / 아직은 배후를 말할 수 없다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17.

박승민 시인 / 아직은 배후를 말할 수 없다

 

 

  누런 설탕에 쟁여둔

  까칠 복숭아

 

  체액을 자꾸 밖으로 비워낸다.

 

  마지막 병상에서는 너도

  물 한 모금도 거절했지.

 

  복숭아 뼈를 간신히 감싼 살가죽만 남은 초승달이

  둥

  떠있다.

 

  살을 고스란히 받아낸 노르스름한 당(糖)은 너의 일생을 농축한 습(濕)이었다고

  화장장, 뼈를 태우고 두둥실 구름 위로 느리게 풀려나가는 저 연기는

  새로 받은 몸의 어떤 형상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하고 싶은데

 

  옛 얼굴은 멀리 흐려졌다가도 이따금씩,

  젖은 날 담배 한 대의 간절함으로 기어코 환생하고야 마는데.....

 

웹진 『시인광장』 2012년 9월호 발표

 

 


 

박승민 시인

경북 영주에서 출생. 숭실대 불문과 졸업. 2007년 《내일을 여는 작가》를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지붕의 등뼈』(푸른사상, 2011)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