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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본 시인 / 흑백사진
바람이 흐르지 않는다 햇살이 나뭇잎처럼 바싹 말라있다 고요가 얼음처럼 딱딱하다 그것을 배경으로 남자와 여자가 천 년 묵은 무덤에서 걸어 나온 사람처럼 환하게 웃고 있다 소리가 빠져나간 웃음이 못처럼 박혀 있다.
죽어서 더욱 생생한 남자와 여자, 시들지 않는 웃음이, 죽은 바람이, 추억을 망각한 사랑이 낡은 벽에 못 박혀,
당신이 스쳐온 풍경과 당신이 잊어버린 추억과 스스로의 가슴을 적시던 당신의 흐느낌도 언젠가 물과 바람과 햇살이 다 말라버린 채 지상의 벽에 꽝꽝 못 박히는 그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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