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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인철 시인 / 하얀 요트가 지나가는 허공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19.

이인철 시인 / 하얀 요트가 지나가는 허공

 

 

  그녀는 아열대성 폭우다

  내리는 여러 겹의 물커튼이 척척 다가와

  나를 가둔다

 

  마른 나는 잠시 젖는다

  아니 그냥 나를 관통하는 미끈한 신음들이다

  가끔 그녀가 폭우로 내려

  내 낮은 허공에서 출렁거리지만

  미안하다

  사랑의 그림자도 없어 젖을 수 없는 나는 허공이다

  그래서 별이 뜨고, 새가 날아가는

  내 텅 빈 가슴팍

  산꼭대기 수도원에서 날아오는 베이스음 성가로 가득 채울 때는 있다

 

  그녀가 아무리 내려도

  젖지 않는 나는 허공

  폭염으로 나는 나를 더 부풀려서

  더 넓어진

  허공

 

  너의 지상엔 맥문동 보라꽃이 번져나가고

 

웹진 『시인광장』 2012년 10월호 발표

 

 


 

이인철 시인

전북 순창에서 출생. 2003년  《심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회색 병동』(작가세계, 2012)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