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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선호 시인 / 뿌리뽑힌 바람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19.

김선호 시인 / 뿌리뽑힌 바람

 

 

  양발을 모으고 왼쪽으로만 돈다

 

  훌라후프처럼

  허리쯤에서 기울이고 돌지만

  다가갈 수 없는 곳이 심장

  일 년 내내 머리는 비어있고

  발끝은 차다

 

  다른 방향의 길은 어둡고

  끝은 이미 정해져있다

  각도를 휘고 돌아도 끝에서 만나기는 마찬가지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나 대신

  떠오르는 달도

  늘 그 자세로 오고, 갔다

 

  사소한 운명을 보낸 자리엔

  윤곽만 익숙하게 남아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10월호 발표

 

 


 

김선호 시인

충남 공주에서 출생. 국민대학 대학원 졸업. 2001년 《시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몸 속에 시계를 달다』와 『햇살 마름질』이 있음. 200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수혜. 2010년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활성화 기금 수혜. 2008년 푸른시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