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유혜영 시인 / 눈동자 속으로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19.

유혜영 시인 / 눈동자 속으로

 

 

이곳은 사고다발 지역입니다

 

당신은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으로 들어옵니다. 들뜬 빛으로 인해, 누군가의 눈앞이 블랙홀처럼 물컹해지거나, 당신의 눈에 어스름이 들어 끄물끄물합니다. 난데없이 멧돼지가 출몰하고, 마실 나온 뱀이 안전속도를 친친 감아버리기도 합니다. 꽃들은 길가에서 우연처럼 피고지고.

 

풍선처럼 부풀어 둥둥 떠 있는 당신, 무중력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별의 뒷면으로 떨어집니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곳, 뒷덜미를 움켜잡는 정글을 맴도는, 원시의 촉수만이 통과할 수 있습니다. 별처럼 반짝거리지만, 곳곳에 어둠이 그을음처럼 달라붙어 있습니다. 돌아서는 뒷모습을 헛짚을 때, 닫히는 빛에 발이 끼어 거꾸로 매달릴 수가 있습니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10월호 발표

 

 


 

유혜영 시인

2001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으로 『풀잎처럼 나는』(리토피아,2009)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