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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옥주 시인 / 꽃의 방술(方術)
툭하면 다래끼가 난다 어린 내 발바닥을 꺼낸 당신은 부적을 쓰듯 한자 한자 주술을 써내려간다 천평(天平)이거나 지평(地平)이거나, 라스코벽화 같다 수렵꾼이 던진 창이 검은 들소떼 눈동자를 비켜간 다음날 더욱 붉어진 열꽃은 곪은 울음의 출구를 봉인하고 있다 당신의 주술이 빗나갈 때마다 나는 오지 않는 미래를 걸어 잠근다
성당 불빛이 울려 퍼지는 늦여름 속눈썹 하나를 돌멩이 밑에 숨긴다 뒷마당의 무화과는 농익어가고, 창밖으로 팔을 내밀어 나는 푸른 그늘 위에 천평이나 지평을 갈기는 새떼를 쫒아낸다 꽃의 방술(方術)을 외우며 오래 골목을 지켜보는 밤 하필 동생이 툭, 종소리를 걷어차고 지나간다 그때, 까마귀 한 마리가 캄캄한 그믐을 물고 내 안으로 날아온다
등굣길 세찬 소나기가 장화 속으로 뛰어든다 나는 얼룩말처럼 달리기 시작한다 일기장에 또박또박 옮겨 쓴 동생의 다래끼가 흙탕물에 얼룩진 가방 속에서 뒤죽박죽 헝클어진다 다래끼처럼 툭하면 짓무르는 가계 집나간 엄마를 부르는 비방(祕方)은 늘 빗나가지만, 다래끼가 나면 당신은 어김없이 내 발바닥에 천평이거나 지평을 새겨 넣는다 하늘과 땅이 평평해진다면 당신이 그린 불립문자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저기, 천평과 지평의 주술에 방황하는 젊은 아버지가 청정(淸淨) 속으로 돌아간다
계간 『시와 사상』 2019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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